"이제 우리경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며칠 전 저녁모임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야기 끝에 뜬금없이 우리 경제 전망에 대한 질문을 좌중에 던졌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상관없어요. 하이브리드, 신재생에너지, 수조설비 등 이업종 포트폴리오로 수출 전략을 세웠죠. 이 중 하나만 터지면 수출 대박입니다"라고 혼잣말을 이어갔다. 그의 자신감이 궁금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소형 어선용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시스템. 내년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앞두고 신재생에너지와 수조설비 관련 신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한다.

최근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역사와 지형을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쇼트트랙에 편중되던 메달이 피겨스케이팅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으로 확대됐다. 김연아 선수는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전인미답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사상 첫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면서 일약 효자종목이 됐다. 전 세계인에게 한국의 놀라운 힘을 보여줬다. 남모르게 쏟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자 보상이다.


이변의 주인공인 스피드 스케이팅팀은 체격이 큰 해외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매일 강도 높은 체력운동은 물론 쇼트트랙의 탁월한 코너링 기술을 융합해 경쟁력을 키웠다.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쾌거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한다.

글로벌시장에는 막대한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대기업이 즐비하다. 고객은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특히 영어권이 아닌 아시아권의 우리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은 더 암울하다. 하지만 우리 스피드스케이팅팀처럼 기업 특성에 맞게 기술력을 개발해나간다면 전 세계 고객을 놀라게 할 이변과 기적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글로벌 경쟁은 가시밭길이지만 우리를 담금질하는 길이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팀처럼 우리를 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다.


휴대용 디지털엑스레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포스콤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업체의 배터리 구동 휴대용 엑스레이 촬영기는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300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08년 136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60억원 이상을 기대할 정도다. 포스콤이 세계시장에 우뚝 설 수 있었던 힘은 엑스레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덕분이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전념하기 위해선 자금지원 등 정책적인 뒷받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팀의 쾌거에도 과감한 투자가 한몫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04년부터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획득을 위해 6년간 160여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선수들의 사기를 꺾지 않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의 금융여건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신용보증 비율 및 보증 만기연장 정책 회수,정부 예산의 중소기업 부문 삭감 등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퇴출돼야 할 부실 기업들이 경기가 다소 호전된다고 다시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은 그들을 맥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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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이제 우리가 경제올림픽에서 또 다른 이변을 일으키려면 미리 앞을 내다보며 선수를 키우고 사기를 북돋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원가는 1원이라도 줄여야 하고 품질과 기술 수준은 조금이라도 경쟁자보다 나아야 한다. 최근 동티모르 정부의 우편·체신 업무를 총괄하는 중앙우체국을 건설한 우리 중소기업인이 이런 이야기를 전해왔다. "대기업도 아닌 영세한 중소기업이 한 국가의 정부기관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과 신뢰를 갖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 이젠 중소기업도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아직도 국내 산업구조만 탓하며 우물안 개구리식의 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곱씹어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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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산업2부장 kjs3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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