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출구전략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과잉 유동성 회수 방안에 대한 첫 공식 발표로,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 인상을 포함해 시장의 예상과 거의 일치했다.
문제는 시행 시기다.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채 '적절한 시기에', '오래지 않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힌 것.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연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연준이 출구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이를 성급하게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쳐 시장을 안심시키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재할인율 인상 = 연준이 유동성 회수 방안 가운데 가장 먼저 도입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재할인율 인상이다.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대출금에 적용되는 금리를 말한다. 따라서 재할인율을 높이면 통화 공급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은 ‘머지 않아(before long)’ 재할인율을 인상해 재할인율과 기준금리 간의 스프레드 격차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재할인율과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전까지 1%포인트를 유지했지만 위기 후 연준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0.2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미국 은행들 사이에 재할인 제도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재할인율 인상이 실질적인 유동성 회수 효과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할인 제도를 통한 대출 규모는 2월3일을 기준으로 147억 달러로 2008년 10월 1107억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재할인율 인상이 유동성 회수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 때문. 버냉키 의장 역시 재할인율 인상이 통화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초과지준 금리 인상 = 버냉키 의장은 상업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를 연방기금 금리를 대신할 통화정책 수단으로 채택할 뜻을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로는 통화정책 운용의 묘를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0.25%인 초과지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더 많은 자금을 예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또 0~0.25%의 연방기금 금리를 비롯한 단기금리의 인상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의회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연준에 초과지준 금리 조절 권한을 줬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해외 중앙은행들은 이미 이를 유동성 조절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자산 매각 = 아울러 버냉키 의장은 자산 매각을 유동성 회수 방안으로 꼽았지만 시행 순서는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가까운 시일 안에 미 장기 국채나 모기지증권(MBS) 보유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긴축 정책이 실시되고 경기가 지속가능한 회복세를 확실히 보이기 전까지 자산매각에 나서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내달까지 매입하는 모기지증권 규모는 1조4300억 달러에 달한다. 모기지 증권 매입에 힘입어 연준의 현재 대차대조표상 자산은 2008년 초 9250억 달러에서 2조2500억 달러로 급증했다.
◆ '출구' 시기는 = 적어도 향후 수개월 내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11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해 연말 0.7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전문가는 이구동성 버냉키 의장의 발표문에 구체적인 시기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RDQ이코노믹스의 콘라드 디콰드로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출구전략의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포토맥 리서치 그룹의 라일 그램리 자문은 “버냉키는 시장에 연준이 당장 긴축을 실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알리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잉 유동성의 퇴로가 없다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출구전략이 구체화된 이날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bp 오른 3.69%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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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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