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투기 잡는다고? CFTC의 굴욕
CFTC가 제안한 에너지 투기거래 포지션 제한 "느슨하기 그지 없네"
[아시아경제 김경진 기자]"It looks like their bark was worse than their bite."(말만 요란했다)
부시정권 당시 에너지국 관료였던 존 브로드만이 전일 CFTC가 내놓은 에너지 투기거래 단속을 위한 선물 옵션 시장 포지션 규제안에 대해 던진 발언이다.
2008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147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 주범이 투기세력이라며 다시는 이들의 에너지 가격 왜곡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한 감독의지를 표명했던 CFTC가 작년 말 초안 발표 시기를 미루면서까지 고심 끝에 내 놓은 규제안 초안이 헛방에 불과했으니 쓴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CFTC는 실물 거래에 대한 헤지 목적 거래에 대해서는 포지션 규제에 예외를 부여하고, 규제한도도 원유 거래에 대해서는 전세계 일일 소비량에 맞먹는 9800만 배럴로 책정했다.
9800만 배럴이면 현재 국제유가 기준으로 80억 달러에 육박하는 규모이며, 이는 기존 NYMEX 규정하의 포지션 규제의 5배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존 브로드만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 전반이 "CFTC가 포지션 규제에 대한 당초 입장을 이미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전 골드만 삭스 경영진 출신으로 지난해 5월 CFTC 의장으로 임명된 게리 겐슬러는 이 같이 민망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도 "충분히 신중하고 균형 있는 안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CFTC가 마련한 신규 포지션 규제안에 따르면 신규 2만5000계약에서 발생하는 미결제 약정의 10%와 기존 미결제 약정의 2.5%를 더한 미결제 약정수를 기준으로 포지션 규제안이 적용될 방침이다.
CFTC는 모든 에너지 거래에 있어 10대 포지션 보유자들의 거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골드만 삭스와 모건스탠리 같은 거대 기관들도 투기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에 있어서는 예외 없이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작년 하반기 골드만 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월가 주요 오일 트레이더들이 유전 업체 및 정유업체들과 연계해 실물 인수도에 기반한 거래를 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CFTC의 으름장은 단순한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투명성과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지나친 규제는 美 상품선물시장 거래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작년 논의 초반부터 제시됐고, CFTC도 이날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지나친 시장 충격을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8년 1월말만 해도 배럴당 86달러에 불과했던 유가가 그해 7월 147달러까지 폭등했던 악몽을 아직도 떨치지 못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공청회 기간을 갖고 3월 이후에나 입법화 된다고 하는데 이 기간을 악용해 국제유가가 100불 이상으로 급등하면 어쩌냐"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중요 쟁점인 OTC 거래 제한 규정 및 인덱스 투자 규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가안도 내놓지 못하고 또 다시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는 계획만 밝혔다.
CFTC는 오는 3월 금과 은에 초점을 맞춰 금속, 커피, 설탕 등에 대한 투기 규제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지만 이미 CFTC의 엄포는 '입만 살았다'는 인상을 심어줬으니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유명무실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작년말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를 넘어 고공 질주하고 글로벌 증시도 연고점을 기록하며 자산 전체가 버블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부근을 지켜 CFTC의 경계가 또다시 느슨해 진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FTC의 말대로 이제 규제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에 그 결과까지 비관할 수는 없지만 시장은 대체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별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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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G베스트 리서치 애널리스트 필 필린을 비롯한 애널리스트들도 이날 CFTC 규제안 발표 이후에 원유, 가솔린, 금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난 것은 시장이 CFTC의 규제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의 강한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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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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