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화면에 여자 한 명이 있습니다. 우선 얼굴을 갸름하고 조그맣게 만듭니다. 리본 달린 머리띠를 씌워보고, 선글라스도 끼워줍니다. 나풀나풀 레이스 달린 치마도 입혀보고 보석 박힌 샌들도 신겨봅니다. 지상에 내려온 신의 화신인 아바타가 이제는 각자의 분신이 되어 가상세계에서 온갖 변신을 합니다.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타이타닉’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우리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 판도라라는 행성으로 데려다 줍니다.

강인한 정신을 가진 제이크는 현실 세계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지만, 캡슐 속에 들어가 누우면 아바타로 다시 태어나 자유롭게 달릴 수 있습니다. 그는 강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졌기에 불빛 쏟아지는 환상의 세계에서 네이티리와 운명적 사랑을 나누고, 힘의 상징인 비행 물체 토루크 막토를 타고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나비족은 땅, 숲, 나무, 말, 비행수단인 이크란,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물체와도 교감을 이룹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나는 당신을 봅니다 (I See You)’입니다. 생김새도 생각도 다르지만 어쨌든 보게 됨으로써 우리는 상대방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있음 그 자체를 받아들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겁고, 사랑할 수 있고,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한 번으로 스쳐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만난 횟수나 기간에 상관없이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편안해지고 서로 의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아마 눈에 보이지 않는 요술지팡이를 갖고 있는 가 봅니다. 어떤 상대를 만났을 때 서로 맞추어 보고, 잘 맞으면 마음이 움직여 친구가 되고, 그렇지 않다면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 됩니다.


‘아바타’ 영화의 배경이 된 행성 이름은 판도라입니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한 프로메테우스를 제우스는 바위에 묶고 독수리가 간을 쪼아 먹게 합니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린 제우스는 흙으로 여자를 만들게 하고, 여러 신들에게 자신의 가장 고귀한 것을 선물하게 합니다.


아름다움, 솜씨, 재치,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 등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의 이름이 판도라입니다. 제우스는 그녀에게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고 경고한 후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냅니다.


어느 날 판도라는 제우스가 준 상자가 생각났습니다. 강한 호기심에 경고를 무시한 채 뚜껑을 여는 순간 슬픔, 질병, 가난, 전쟁, 증오, 시기 등 온갖 악(惡)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놀라서 급히 뚜껑을 닫았을 때는 희망만이 상자 속에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일을 해결해야 할 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아바타에게 일을 시키고 저는 동화 속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습니다. 현실을 떠날 수 없다면 차라리 현실을 아름다운 꿈의 세상으로 바꾸는 것이 낫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희망만 남아있는 판도라의 상자 속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아바타는 필요하지 않을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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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꿈을 꿀 수 있는 권리는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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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포하우스 대표 오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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