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하얀 눈으로 덮힌 러시아에도 2010년의 해가 밝았다. 이곳은 아직까지도 새해연휴를 즐기기 바쁘다. 다른 나라와 달리 공식적으로 1일 부터~10일까지 연휴기간이기 때문에 마음놓고 신년을 즐길수 있다.
신년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부분은 새해가 되기 전 연말에 미리 장을 보는 모습을 통해서다. 누구나 예외없이 식료품들을 카트에 한가득 채워 계산하기 때문이다.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나 평균봉급이 40~60만원 정도인 나라에서 새해를 맞아 아낌없이 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새해 전후로 풀리는 금액이 매년 15억~20억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한번 상상해보라.
이렇게 사재기하는 러시아인들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새해 연휴기간에 문을 여는 가게들이 별로 없었던 시절에 파생돼 아직까지 이러한 관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처음 러시아에서 맞은 새해연휴때 나는 이런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뭘 저렇게 많이 사지?..다 돼지들인가?"하는 생각마저 든 적이 있다. 그러다가 결국 가게에 필요한 식료품들이 하나도 없어 몇일간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또 러시아 국민들은 새해가 시작되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TV를 통해 대통령의 신년 인사를 듣는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러시아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긍심과 대통 령 사랑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부러움마저 든다.
이렇게 신년사가 끝나면 거리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가정에서는 샴페인을 터트리며 대화가 무르익게 된다.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한국의 선물세트와는 다르게 사람의 취향에 맞게 골라 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작년 새해에 러시아 친구의 초청으로 옴스크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있었던 일중 기억에 남았던건 각자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서 불태우고 재를 삼페인에 넣어 마 시는 것이었다. 러시아에서는 새해마다 이런 관습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익숙치 않았던 나였기에 독특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러시아에서는 새해를 보낼때 러시아만의 풍습을 지키려 하고 참여도가 높은 반면 요즘 한국에서는 새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휴일이라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국도 새해에 가족들끼리 모여 윷놀이나 연날리기를 해왔던 그런 고유의 놀이가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김현철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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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 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시베리아 교통대학교에서 학부과정을 마치고,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현재 노보시비르스크 한인 유학생 대표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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