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뼈빠지게' 야근을 한다해도 추가수당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고, 밤 늦은 시간, 같은 처지의 친구에게 메신저로 투덜거리고 있는 한국의 야근부대라면 너무도 부러워할 칼퇴근의 날(Go Home On Time Day)이 지난달 호주에서 선포 됐다.
최소한 11월 15일만은 모두가 제시간에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칼퇴근의 날은 인터넷 싸이트에 접속후, 칼퇴근 통행증을 인쇄해서 매니저에게 보여주고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그 나름의 세심한 배려(?)를 통해서 직장인들의 칼퇴근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시시한 장난처럼 보이는 이 운동은 나름의 진지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추가근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Australian Institute'의 연구원 Josh Fear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서 11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 근무를 없앰으로써 생겨날 수 있으며 결론적으로 여전히 높은 호주 내 실업률을 낮추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비교해서 너무나도 부러운 현실이다. 한 예로 남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퇴근 시간을 조금 넘기고 일하자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는 말과 함께 매니저가 강제로 집에 보내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물론 호주의 이러한 노동환경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영국내 차티스트운동에 영향을 받고 호주로 건너온 사람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 당시 호주는 골드 러쉬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건너온 상태였고 그 중에서는 차티스트 운동을 이끌다가 호주로 추방당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차티스트 운동의 지도자들과 골드러쉬로 모여든 수많은 노동력들의 연대가 만들어낸 결과가 지금 호주의 노동환경이라 할 수 있다. 8시간의 여가, 8시간의 일, 8시간의 휴식이라는 구호로, 호주의 노동 운동은 좋은 노동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운동의 증거는 멜번 시내에 하루 8시간 법정 노동시간을 기념하는 탑에 잘 나타나 있다.
그렇게 좋은 노동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발표된 Australian Institute의 주장은 피부에 전혀 와닿지 않는 한국정부의 실업률 대책에 비하면 훨씬 더 현실성 있 는 주장이 아닌가 싶다. 매일 저녁 밤늦게 메신저로 야근이라면서 투덜거리는 친구들의 모습은 비단 필자만 겪고 있는 현실이 아닐 것이다.
매일 발표되는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운운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도 이번에 발표된 Australian Institute의 연구 결과와 호주의 노동역사를 바라봄으로써 좀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김준용
정리= 박종서기자 jspark@asiae.co.kr
◇ 부산 출신으로 펑크음악과 B급 영화를 즐기는 김준용 씨는 한국의 도시 소음과 매연을 견디지 못해 도피유학을 결심했다. 딴지 관광청 기자로 재직하면서 필리핀과 호주의 오지만 골라서 돌아다닌 준용 씨는 요샌 득달같이 덤벼드는 호주의 파리 떼와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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