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발병 원인이 불분명한 희귀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고등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업주나 국가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는 한 질병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판결이다.


서울고법 행정5부(조용구 부장판사)는 시멘트 공장에서 수 십년 일한 뒤 희귀 질환인 부비동암으로 숨진 A씨 유족이 "유족급여 등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68년 한일시멘트에 입사해 단양공장에서 약 21년 동안 불도저 및 로다 운전공으로 일하다가 1989년 퇴직했고 2007년 부비동암으로 숨졌다. 부비동암은 코 안쪽 바깥 콧구멍에서 뒤쪽 콧구멍에 이르는 콧속 및 콧속 둘레 작은 구멍 부비동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며,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6가크롬이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희귀 질환이다.


A씨 유족은 그의 병이 시멘트 공장에서 일할 때 6가크롬 등에 너무 많이 노출된 데 따른 업무상 재해이므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했고, 공단이 "질병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근로자나 유족 같은 일반인이 업무와 질병 사이 특수한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는 건 지극히 어렵다"며 "사업주나 국가가 해당 질병이 업무와 무관한 것임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근로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취지에 맞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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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6가크롬에 고농도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부비동암 등이 발병할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있는 점, 당시 공장에서 노출된 6가크롬 중 발암성 추정물질 농도가 극히 미량이어서 발병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시멘트 공장 작업환경 때문에 부비동암에 걸렸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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