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불법녹취, 선거함 불법개봉, 양주향응, 성추행 의혹, 폭력배 동원, 재선거, 선거연기 그것도 모자라 투개표 문제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까지 불사...
이 처연한 상황은 소위 대한민국의 일류대학 학생회장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실상'이다. 타락한 기성정치판 뺨치는 선거기법(?)은 권모술수 기량만으로 볼 때 거의 전문가 수준처럼 보인다. 상아탑에서의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경쟁에 매몰돼 자기 밖에 볼 줄 모르는 외눈박이 괴물들의 행진을 보는 듯 해서 섬짓했던 건 나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결국은 우리들의 '바담 풍'이 문제인 것을. 말로는 바람 풍을 외치면서도 매번 제대로 된 본을 보이지 못한 우리들의 무능과 불성실 탓인 것을.
솔직히 인성교육이나 전인교육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치열함을 넘어 살벌하기까지 한 진학 경쟁의 장을 펼쳐놓고 아이들을 몰고 온 우리 책임이 크다. 인생의 모든 가치기준을 '성적' 하나에 올인하도록 가르치면서 점수제조기를 육성한 우리들의 죄를 우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최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캐나다로 유학 온 학생들의 경제기여도에 대한 2008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유학생들이 캐나다 경제에 쏟아붓는 7조원(65억달러)이 넘는 유학비 규모 중 2만7440명이 약 9천억원(8억 5천만 달러) 가량 소비한 한국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한국 학생을 포함한 외국 유학생들이 캐나다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무려 8만3천 개의 일자리와 맞먹는 수준이고 캐나다 수입 총액의 약 22%인 8억 5000만 달러가량 된다는 사실은 실로 놀랍다.
물론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탓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캐나다를 먹여 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니 뭔가 울컥 하는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제화 시대에 유학을 무조건 부정적 시각으로 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기왕에도 일부 상류층을 중심으로 해외 유학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다수의 가장이 '기러기 아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해외 유학이 보편화 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부 무분별한 유학이 가정 파괴나 기러기 아빠의 자살 등 사회적 파장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감한 시기에 기형적인 가족 형태로 상처받는 아이들의 고민은 아예 고려대상 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구나 힘들게 키운 자식을 외국에다 바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에 이르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데 공감하게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를 지냈고 지금도 잘 나가고 있는 한 친구의 경우도 그랬다. 어느 날 본인의 유학을 끝내면서 현지에 두고 온 아들딸이 이제 남이 된 것 같다는 고민을 심각하게 털어놓았다. 자식들이 미국에서 잘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자기로서는 자식을 잃은 허전함만 남아있다는 하소연이었다. 또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부인과의 관계 역시 서먹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친구의 슬픈 고해성사에 덩달아 침울해진 기억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교육을 그토록 찬양하고 있는데 정작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들은 서글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 아이러니라니.
전인교육의 강화가 그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 기본교육 말이다. 인간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고 하는데서 부터 시작해서, 부모형제를 알아보고 자기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고하는, 너무 쉽고 당연해서 자주 잊어 버리기까지 하는 것들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인성교육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입전형제도부터 손보는 것이 시급하다. 지(知)ㆍ정(情)ㆍ의(義)ㆍ체(體) 등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는 식의 전인적인 평가으로 대입전형이 바뀌게 되면 인성부재로 인한 교육 부재로 인한 고민은 다소나마 해소하게 될 수 있다고 본다.
흔히들 로마군대의 막강함을 말할 때 용병보다 곡괭이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싸움에 앞서 진지를 구축하는 등 싸울 준비를 마친 곡괭이의 역할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쟁에서 곡괭이로 만든 기본적 규범이 막강한 로마제국을 건설하는 실질적인 견인차로 인정된 것이다.
국가경영에 철학이 있듯 교육현장 역시 일관된 철학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기본자세, 국가에 대한 의무나 책임의식, 세계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과 자세 등 철학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교육의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교육을 통해 21세기 세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적 소양을 다지도록 하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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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가르쳐 인간을 만들자는 것.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겠지만 정말로 중요한 목적의식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일관된 교육철학을 근간으로 하는 교육의 기본 매뉴얼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싶다.
누구든지 알기 쉽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길잡이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교육이 개인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근본가치를 구축하게 될 그날을 기대한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의 정성과 힘을 쏟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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