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밉지만"…자식 잃은 어머니의 처절한 '人情'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죄 지은 사람으로 하여금 죄값을 치르도록 하되 인정(人情)만은 저버리지 말라는 뜻일 거다.
'사람만은 용서하는' 게 인정이라면, 죄 지은 '사람'을 고운 눈으로만 바라보지 못하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니 죄인을 향한 막연한 분노를 비난만 할 순 없다.
자식을 무참히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죄인과 대면하는 부모 심정은 어떨까.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고 법정을 찾아 '인정'으로 선처를 호소한 피해자 어머니와, 덕분에 형을 감경 받은 어느 살인자 이야기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A(33ㆍ남)씨와 B(32ㆍ남)씨는 모형헬기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을 계기로 동업을 약속하고 모형헬기와 모형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지난 해 12월 시작했다. 이들은 사업을 위해 월세방을 한 칸 구했는데, 조건은 'A씨가 보증금을 내고 월세와 공과금은 B씨가 부담한다'는 것이었다.
야심차게 시작된 사업은 얼마 못 가 삐걱거렸다. B씨가 당초 약속과 달리 월세 등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고 사업에도 게을러진 것. 나아가 B씨는 A씨에게 심부름을 시키기 일쑤였고 A씨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자주 했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사업 청산을 제안했다. 그러자 B씨는 투자 보상금 등 명목으로 500만원을 요구하며 A씨를 괴롭혔고, A씨는 화를 참지 못 해 B씨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갈등이 깊어지던 지난 5월, B씨가 A씨를 만나러 작업장을 찾았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추가로 2000만원을 요구하면서 차라리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다. 그러나 이미 '살해 결심'을 굳힌 A씨 귀에 B씨 제안이 들어갈 리 없었다. A씨는 B씨를 건물 지하로 유인했고 "여기 깊이가 얼마나 될 것 같냐"며 B씨로 하여금 정화조를 내려다보게 한 뒤 미리 준비한 군용 대검으로 그의 옆구리와 어깨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B씨 사체를 깊이 3.5m 정화조 폭기조에 가라앉혔다. 그런데 며칠 뒤 B씨 사체가 폭기조 위로 떠올랐고, 이를 발견한 A씨는 직접 폭기조 안으로 들어가 핸드그라인더(절삭기)로 사체를 토막낸 뒤 경기도 내 국도 변 이곳저곳에 던져버렸다. A씨는 결국 살인ㆍ사체은닉ㆍ사체손괴ㆍ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던 중 뜻밖의 상황을 맞았다. 피해자 B씨 어머니가 법정을 찾은 것. 그런데 B씨 어머니는 A씨를 원망하거나 그에 대한 엄벌을 당부하지 않았다. 반대로 A씨를 선처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제 친자식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제가 평소 친아들로 여기던 피고인에 대해서는 감형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B씨 어머니의 절절한 호소는 A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어머니는 당심 법정에 나와 평소 피고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솔직히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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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해자 유족의 이같은 태도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피해자 유족이 단지 합의서나 탄원서를 작성해주는 등의 형식적 용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피고인 처지를 동정하고 그의 선처를 호소하는 것으로 정상에 참작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B씨 어머니의 호소ㆍA씨가 이 사건 전에 형사처벌 받은 적이 없는 점ㆍ진정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점 등을 감안해 원심보다 3년 감경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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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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