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무역수지는 상품을 수출과 수입의 거래에서 생기는 국제수지를 말한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으면 적자, 수입보다 수출이 많으면 흑자다. 최근들어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불황형 무역흑자다. 흑자를 내는데 불황에서 나타나는 흑자라는 의미다. 수출 수입 모두 증가해서 얻는 흑자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감소폭보다 수입감소폭이 더 커서 얻는 흑자다.


불황형 무역흑자를 걱정하는 것은 수출입 활동이 모두 급감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 제조업,무역업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흑자는 국내에 달러공급이 늘어 외환보유고를 채우고 기업들이 원화로 바꾸면서 시중에 달러공급을 늘리게 한다. 수출을 많이해 원화로 버는 수입이 늘어나면 국가경제에도 활력이 생긴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입을 막아야한다는 논리는 경제, 산업은 물론 글로벌 시대에도 맞지 않다. 수입은 원유 광물 등 원자재와 기계,부품 등 자본재, 공산품 등의 소비재로 나뉜다. 원자재와 자본재, 소비재 모두 국내 경제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수입업계는 이를 건전한 수입, 더 나은 수입이라고 말한다.

불황형 흑자가 난 가장 큰 이유는 수입이 큰 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좋지 않고 내수, 수출오더가 줄다보니 이에 필요한 기계,부품 수입이 줄어든 것이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니 소비재수입도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불황형 무역흑자가 9월로 막을 내렸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유화 등 주력기간 품목의 수출이 살아나고 있으며 9월 중 수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감소율도 처음으로 한자릿수대로 진입했다. 매월 30%이상 큰 폭 감소하던 수입도 20%대로 떨어졌다. 4분기 중 수출증가세 전환이 예고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입 활동도 금융위기 이전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349억69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6.5%감소하고 수입은 295억9600만달러로 25.1%감소해 9월 무역수지는 53억7300만달러 흑자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품목별로 액정디바이스(전년동월대비 29.4%↑)의 호조세 지속, 반도체(22.8%↑), 자동차(20.5%↑) 등의 증가세 전환 등 대부분 품목의 실적이 개선됐다. 8월 확정치와 9월 잠정치를 비교해보면 액정디바이스(32.2% → 29.4%)가 호조세를 지속한 가운데 반도체는 7.2%감소에서 22.8%로 증가세로 반전했다. 반도체는 수요회복과 단가상승이 동반되면서 2006년 12월 37억3천만달러 이후 월별 수출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는 파업종료에 따른 생산정상화로 대미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83.9% 증가하면서 자동차(-24.1% → 20.5%)와 자동차부품(-15.2% → 8.8%)의 증가세 전환을 이끌었다. 선박은 전년의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로 감소세이나, 전월대비 30.4% 증가나 증가했다.

이외에도 섬유, 가전, 컴퓨터, 일반기계, 철강제품, 석유제품 등도 감소율을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과 무선통신기기만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역별(20일까지) 수출은 대부분 지역의 수출이 감소세이나, 중국(-1.9.%) 미국(-7.8%) 등의 수출감소율이 한자릿대로 크게 개선됐다. 대중국 수출증가는 액정디바이스(97.9%↑), 자동차 부품(107.7%↑), 반도체(21.1%↑) 등이, 대미 수출증가는 자동차(83.9%↑)가 주도했다.


수입감소율은 자본재ㆍ소비재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전월(-32.6%)보다 대폭 개선되어 올해 처음으로 -20% 대를 진입했다. 자본재(13.5%↓)는 반도체장비(31.4%↑), 자동차부품(11.0%↑), 선박부품(10.0%↑) 등의 수입이 늘면서 감소세 둔화를 지속했다. 소비재(△6.2%↓)는 최근 소비심리 회복으로 감소폭이 크게 둔화됐다. 상반기와 8월까지 20%대 중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가 처음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다만 원자재(40.6%↓)는 전년대비 단가하락ㆍ수요감소 등으로 원유(-38.3%)ㆍ석유제품(-37.9%)ㆍ가스(-58.3%) 등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를 통해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인 14억6천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일평균 수입액도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2억달러대를 회복했다.


9월 중 무역수지는 전월의 17억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53억73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 2월 이후 8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지경부는 4분기부터는 세계 및 국내경제의 회복으로 수출ㆍ수입이 모두 증가세로 반전되고, 두자릿수의 흑자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월 잠정치 기준 1월부터 9월까지 무역수지 누계는 320억67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 1998년 1~9월 289억달러 흑자였다. 정부는 당초 9월 흑자규모를 3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수출 감소율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흑자잠정치가 2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연간 무역흑자도 사상최고치인 400억달러 내외를 시현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경부의 올해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면 수출은 전년대비 14%내외 감소한 3630억달러, 수입은 26% 내외 감소한 3222억달러를 기록해 무역흑자는 408억달러 내외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의 환율 급락은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출대금의 원화환산액이 줄어들어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 반면 원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원자재와 자본재 등 수입대금 결제부담이 낮아져 수입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고환율 덕에 유지해온 흑자구조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환율이 떨어져도 수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동근 지식경제부 무역투자 실장은 "아직까지 가격경쟁력을 유지되고 있다" "엔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경쟁력 효과는 아직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엔화가 강세가 되면 일본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게 된다. 1달러 제품을 100엔으로 만들던 것이 90엔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환율도 하락하고는 있으나 달러-엔 환율 하락에 따른 엔화 강세의 효과가 수출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AD

정부는 한발더 나아가 수출을 고용과 연계하기 위해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정부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의 의견과 연구용역 등을 통해 연말에는 수출의 고용효과 제고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