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김보경 기자] 전 세계 PC업계가 수요 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가운데 미개척 신시장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정보화의 사각지대였던 중국의 농촌지역이 '금싸라기 땅'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노버와 휴렛팩커드(HP) 같은 PC업체들은 부진한 판매를 만회하기 위해 ‘블루오션’인 중국 농촌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컴퓨터에 눈 뜬 중국 농민들은 잡기 위해 판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국가와 달리 연간 4000만대의 PC가 팔리는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PC시장이다. 하지만 중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농촌지역은 중국의 여타 도시들보다 잠재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비록 농촌의 연간 평균 소득은 700달러에 불과하지만 중국 정부의 4조 위안 (5869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으로 이들의 씀씀이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상품 구입 시 13%를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농촌 보조금의 효과로 8월에만 41만4000대의 PC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회사인 울프그룹의 데이비드 울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를 한번 만져본 적 없는 ‘컴맹’ 인구가 컴퓨터를 한 대씩 구입할 때 발생하는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은 존재한다. 중국의 소도시와 농촌지역은 소득수준이 매우 낮고 거주 지역 분포가 넓어 PC업체들은 그동안 진입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또한 컴퓨터에 대한 지식인 전무한 이들에게 사용방법을 가르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고르지 못한 전력 공급도 문제다. 하지만 중국 외에는 대안이 없는 기업들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이 난관을 뚫으려 하고 있다.


레노버가 그 중 가장 반짝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끌고 있다. 레노버는 저가의 신상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컴퓨터가 빠져서 안 될 혼수품이란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레노버 컴퓨터를 사세요. 그러면 행복한 신부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이 대표적 예다.


또한 크기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을 고려해 포장 박스를 아주 크게 만들어 트럭으로 배달해 주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레노버 소비자 사업부 담당자인 리 종은 “큰 컴퓨터 박스를 트럭으로 배달하기 때문에 모든 마을 사람들이 이를 볼 수 있다”며 “이는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심리를 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전략은 효과를 발휘해 농촌 지역에서 팔린 PC의 40%가 레노버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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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의 경쟁자 HP의 노력도 눈물겹다. HP는 소도시에선 화면 광고를 통해 이목을 끄는 한편 농촌 지역에 인력을 파견해 그들의 제품설명회를 열고 있다. 이에 2005년 5%에 불과했다 HP의 시장점유율은 이번 상반기 14%까지 증가했다.


한편 PC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농촌지역의 보조금으로 수혜를 받는 것은 단순히 PC업체들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보조금을 받아 오토바이나 텔레비전과 같은 가전제품을 산다. 산동성 멍인지역에 사는 공 씨앙난은 “최근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레노버의 데스크탑을 샀다”며 “이미 냉장고, 텔레비전 그리고 세탁기를 구입했다”고 말해 다른 업체들에게도 중국 농촌지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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