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토익·텝스 등 영어시험, 각종 자격증시험, 입사시험...


살아가면서 참 많은 시험을 치른다. 그런데 그 긴장되는 시험의 순간마다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컴퓨터용 싸인펜과 수정테이프를 파는 상인들.

시험장에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뒤에서 미소 짓는 사람들. 그 현장을 찾았다.


◆30%=하루 장사가 끝나면 평균적으로 남는 마진이다. 보통 시험장에서 파는 싸인펜은 1000원, 수정테이프는 2000원.

시험장에서 파는 각종 준비물은 시험이 없는 평일에 동대문에서 구입해 온다. 보통 한 박스에 144개가 들어 있는 싸인펜은 동대문에서 한 박스에 4만원에 구입한다. 싸인펜 하나당 722원 정도 남는 것.


수정테이프는 한 박스에 2만원이다. 박스당 24개가 들어있으니 하나 팔면 1167원 정도가 남는다.


각종 음료를 함께 파는 상인도 있다. 커피 1000원, 옥수수음료 1500원, 계산기 1만원, 휴지 400원. 물건 가격은 당일 새벽에 일어나 그날 시험의 학생 수와 매출까지 고려해 결정된다.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에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인정하지만 교통비까지 고려하면 그렇게 팔아야 남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30명=한 상인이 가진 인맥.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시험 일정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인터넷이 익숙지 않은 상인들은 보통 아는 사람을 통해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기자를 붙잡고 "어제는 'o'고등학교에 은행시험 있는데 거기도 취재 다녀왔어?" "오늘도 압구정 근처 중학교에 시험있다던데?"라며 오히려 정보를 먼저 알려주기도 한다.


장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맥은 보통 대학 수시시험장에서 형성된다. 대학교 입학시험에는 워낙 많은 경쟁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상인들은 동맹군을 형성해 그날 매출을 참여한 사람들의 머릿수로 나눈다. 그렇게 하면 매출이 더 많아질 뿐 아니라 그 때 쌓은 인맥으로 시험 정보도 알 수 있어 좋다고.


◆6시간=하루 장사를 위해 쓰는 총 시간. 상인들은 일요일 시험이 있는 날이면 평균적으로 새벽 4~5시에 기상한다. 그날 장사를 예상해 평일에 사다놓은 물건을 챙기고 가격을 결정하고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새벽 4시에 일어나도 빠듯하다.


현장에 도착하는 시각은 새벽 6시. "늦게 오면 좋은 자리를 뺏길 수 있다"며 "자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한 아주머니는 "오늘 내가 먼저 이 곳을(학교 정문 앞) 자리잡으니까 싸인펜만 파는 아저씨는 학교 후문쪽으로 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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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보니 가끔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장사를 하던 한 상인은 "예전에 같은 장소에서 물건을 팔던 사람과 사이가 틀어져 이제는 아는 척도 안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6시간 중 가장 바쁜 시간은 9시에서 10시 사이. 학생들이 물밀듯이 교문을 통과하고 목소리를 높여 물건을 팔다 보면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간다. 보통 시험이 시작되는 10시가 되면 그날 하루 장사는 마무리 된다. 이제 상인들은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정산하는 것만 남았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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