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통해 인생 무르익었고 고통이 세상안목 높여줘"
꿈꾸는 '영원한 청년'에 길을 묻다


스티브 김 -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

대담 = 권대우 아시아경제 대표이사 회장


33년전 빈털터리로 혈혈단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한 20대 청년이 20년후 '아시아의 빌게이츠'로 다시 태어났다.


가난을 이겨내고 세계최고 부호로 꼽히는 MS회장 빌 게이츠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거머쥔 주인공은 바로 스티브 김(한국명 김종윤ㆍ60)이라는 올해 환갑의 '진짜 청년'이다.


1976년 27세떼 미국으로 건너가 청소 아르바이트와 야간대학원을 다니면서 성공에 대한 꿈을 키운 스티브 김은 1984년 지인들에게 돈을 끌어모아 광역통신망(WAN) 장비업체 '파이버먹스'를 세운다. 이 회사는 설립 5년 만에 매출 5000만달러를 돌파했고,1991년 5400만달러에 매각되면서 그를 거부로 만들어주는 지렛대가 된다. 그는 1993년에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 '자일랜(Xylan)'을 설립해 1996년 4월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성공신화의 서막을 활짝 연다.


자일랜은 창업 5년 만에 전 세계에 60여개 판매지사망을 구축, 연간 매출 3억 5000만 달러를 일궈냈고 ,'아시아의 빌게이츠'로 거듭 난 그는 1999년 프랑스 알카텍사에 자일렌을 20억 달러(약 2조원)에 매각하면서 아시안계 최고의 억만장자로 등극하게 된다.


스티브 김은 2007년 1월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영구 귀국, 지금은 사랑과 봉사의 실천자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지금도 SYK 글로벌 대표이사, 서강경영대학원 초빙교수, 사회복지법인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 등 여러 개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앞으로 무엇을 할까" 꿈을 꾼다는 '영원한 청년'을 코엑스건물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국으로 영구 귀국하신지 3년 가까이 되는데 당초 계획했던 목표는 많이 달성하셨습니까.


▲ 의미있는 사업이나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벤처에 대한 투자도 생각해봤구요. 하지만 지금은 책을 쓰고 강의를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강연 요청이 늘고 있는데, 군부대에서도 연락이 많이 옵니다. 제가 특전사 출신이어서 군부대 강연에 나서면 할말도 많고 재미도 있습니다. 요즘도 강연에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바쁜 삶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이른바 '경험과 지식의 환원'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부를 쌓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여생을 편하게 즐기면서 보낼 수 있지만 굳이 강연 등으로 그토록 바쁘게 사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 그것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후 골프장을 사서 운영도 해보고 여기저기 파티에 참석하면서 삶을 즐겼도 봤지만 결코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만의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회사에서 일하거나 창업을 하더라도 동기가 없으면 그 일이 즐거울리 없지요. 돈은 많을수록 더 갖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눠주는 삶이 중요합니다. 물질을 환원해도 좋고, 자기 경험을 나누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내 강연을 듣고 단 한명이라도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큰 목표를 이루는 성취감을 누리신 분으로서 그같은 무형의 자산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시고 싶으시다는 말씀인가요.


▲ 제가 아는 모든 것을 모두 다 알려주고 싶습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피곤할 만큼 최고의 강사가 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취약한 영어 발음은 물론 글로벌 매너나 생활 방식 등을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PT(프리젠테이션)입니다. PT는 자기 홍보입니다. 옛날에 웅변을 배웠다면 이제는 우리 학생들이 PT를 잘 하는 법을 배우고 터득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습관을 체득해야지요. 얼마 전 충남 논산시 건양중ㆍ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PT경진대회를 후원하기 위해 300만원을 기부하면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전국의 모든 학교에 300만원씩 기부해 학생들이 PT 경진대회를 갖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전달하는 소통의 기술을 습득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 PT 경진대회는 결국 우리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 표현이나 소통의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이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말들은 많이 하는데 요점이 없거나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요. 대화할 때 상대와 눈을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당당함입니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때 영어도 필요하지만 당당함은 그보다 훨씬 귀한 자산입니다.


 
- 우리 사회는 전 세대도 그렇고, 현 세대도 마찬가지로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바칩니다. 아이들을 성공시키려고 부모들은 밤낮으로 생활전선을 뛰어다닙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 '내가 뭘 하고 살았나'하고 후회하게 되는데...이같은 삶의 반복패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미국에서는 일과 가정이 확실히 구분됩니다. 8시간 일과가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향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접대나 회식이 없습니다. 우리 기업 문화에는 비효율적인 게 너무 많습니다. 회사에서 보고서 만드느라 온통 시간을 허비하는데 그것이 그리 중요합니까. 저녁 회식자리에서 술 잘 먹고 2차, 3차..끝까지 따라가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사실 동료들끼리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개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지요.


 
- 우리나라도 이제는 어엿한 경제강국의 진입을 꿈꿀 만큼 역량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것이 많다고 봅니다.


▲ 미국은 이사들이 회사 임원들을 철저하게 감시합니다. 능력이 없으면 창업자라도 물러나야 하는 구조입니다. 창업자나 CEO 아들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학연, 지연 등 과거의 악습에 얽매여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라도 나서서 학연, 지연을 벗어던지고 실력으로 공정하게 평가하고, 술접대할 필요가 없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분명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외이사 제도의 존재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허수아비 이사들이 경영진의 무능력과 탈법을 눈감고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이 떠안게 됩니다. 공시 위반은 엄청난 경제사범입니다. 허위 공시, 뻥튀기 실적 발표, 분식 회계가 통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후진국이라는 증거일 뿐입니다.


 
-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기 악화로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직업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 미국의 가정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잔디를 깎게 하고, 설거지를 시킨 뒤에야 비로소 용돈을 줍니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자연스럽게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기 용돈을 벌고, 대학에 가서도 학비를 스스로 충당하게 됩니다. 18살이 되면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헝그리 정신'이 길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모두가 대학을 가야한다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미국은 대학 진학률이 40% 정도입니다. 학비도 비싸서 웬만한 중산층이 아니면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엄두조차 못냅니다. 하지만 대학을 못 나왔다고 해서 차별을 받지는 않습니다. 블루칼라(노동자)들도 자기 일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땀 흘려 일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한 뒤 맥주를 마시면서 풋볼을 즐기는 것이 미국인들의 가장 평범한 삶의 모습입니다.


- 미국에 비하면 분명 우리의 교육열은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낙후한 시절을 떠올리면 이같은 남다른 교육열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이 과연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6ㆍ25를 겪으면서 산업 기반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는 교육만이 살길이었습니다. 자원이 없었으니 사람이 재산이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왜곡된 학벌문화는 사회 발전을 저해할 뿐입니다. 우리 뒤에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저렴한 인건비에 고급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추격 당하지 않으려면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학벌이나 학교 간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실용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미국에서 고생끝에 번 돈을 모국의 사회사업에 쓰시는 감회가 남다르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의나 교육에 열정을 쏟으시는 외에 또 다른 사회공헌활동을 할 계획도 있으십니까.


▲사실은 북한 지원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같은 동포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하거든요. 당장이라도 탁아소를 수 십개 정도 짓고 싶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전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북한내 인맥을 통해 의사를 타진해봤지만 쉽지가 않더군요. 북한에서 사업을 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입국 승인을 받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 북한 회령에 빵공장이 생긴다고 해서 지원할 게 없나 알아보러 들어가려고 했는데 고생이 매우 컸습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나진에 빵 공장을 세웠고, 7대의 버스를 지원해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지요 . 기회만 주어진다면 더 많이 돕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협조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나비 넥타이를 즐기신다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으십니까.


▲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서 생활할 때 잘 아는 노 신사 한 분이 나비 넥타이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나비넥타이가 흔하지 않아 조심스러웠는데, 다행히 보는 사람마다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그냥 계속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에 강연가면 학생들이 좋아하더군요. 나비넥타이는 대부분 선물 받은 것이며, 10여개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꾸 매다 보면 오히려 편해집니다.


 
- 그동안 많은 강연을 다니시면서 여러 차례 강연주제로 삼으셨을법 합니다만 '진정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 우리는 산에 오를 때 힘겹게 정상을 밟으려 하지만 결국 정상을 밟은 후에는 다시 산을 내려와야 합니다. 젊어서는 다들 '성공'만을 외칩니다. 성공해서 경제적인 여유와 명예, 권력을 얻고 싶은 거지요. 하지만 결국 우리는 누구나 은퇴를 하게 되고, 손자 손녀들 크는 것을 보면서 행복해하지요. 사람마다, 세대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꿈입니다. 제가 강연을 다니면서 강조하는 것은 '꿈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목적이 분명한 삶은 세대나 계층을 떠나 모두에게 행복합니다. 그러나 목적이 없으면 여행을 해도 재미가 없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허전할 뿐입니다. 어쩌면 꿈이 있는 삶, 그 자체가 행복인지도 모릅니다.


 
- 자주 나가시는 모임이 있으십니까. 간단히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시죠.


▲오전 9시30분 이전에는 되도록 미팅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운동을 하거나 신문을 보면서 하루를 준비하지요. 조찬 모임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사적인 모임은 많지 않습니다. 예전에 골프와 와인모임에 몇차례 나갔지만 다들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더라구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장벽을 치고 있어 '이래서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모두 그만 뒀습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너무 격식을 따집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말입니다.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IT부문에서 성공해 '아시아의 빌 게이츠'라는 별명을 얻으시고, 지금은 'IT 강국' 코리아에서 꿈과 희망을 역설하고 계십니다.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부지런하고 똑똑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갖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다보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최고가 되라, 이것이 제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입니다.



스티브 김(김윤종) 약력


1949년 11월 서울 출생.


1968년 경복고 졸업.


1973년 서강대 전자공학 전공.


1976년 군복무 후 미국으로 이민.


1979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정보통신학 석사학위 취득


1984년 파이버먹스 창업 후 1991년 ADC텔레콤에 5400만달러에 매각


1993년 자일랜 창업 후 1996년 미국 나스닥 상장


1996년 언스트 & 영(Ernst & Young) 기업인상 수상


1997년 제1회 서강을 빛낸 기업인상 수상.


1999년 자일랜 프랑스 알카텔에 20억달러에 매각


1999~2006년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이사


2002~2005년 나라뱅크 이사


2004년 NCC 캐피탈 창업


2005~2007년 미국 내 한국국제음악재단 창립이사장 역임


2007년 1월 부인과 세 자녀와 함께 서울로 이주


2009년 2월 서강대학교 명예 경영학박사학위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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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SYK 글로벌 대표이사. 서강경영대학원 초빙교수.


회복지법인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

정리 =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사진 = 이재문 기자 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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