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눈물나면 선암사 해우소로 가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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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을 몸 밖으로 버리듯 번뇌와 망상도 미련 없이 버리세요'
$pos="C";$title="";$txt="선암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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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암사 해우소를 사랑한다. 살아가다가 견딜 수 없는 어떤 분노에 휩싸일 때 문득 선암사 해우소를 생 각하면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선암사 해우소는 마 치 내 어릴 때 엄마 품속 같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이 었을까. 한번은 엄마 품에 안긴 적이 있었는데, 그 품 속은 한없이 아늑하고 따스했다. 그대로 한없이 안겨 있고만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엄마 품속을 잊지 못한다. 그 품속이야말로 내가 살아가면서 마지막까지 도달해야 어떤 정신적 지향점 같은 곳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니, 죽을 때까지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상에서 그런 곳을 한 군데 찾아내기는 했다. 그곳이 바로 선암사 해우소다.
오래 전, 한 스님과 함께 선암사에 들렀다가 해우소를 찾게 되었다. 해우소는 마치 어릴 때 우리 동네 어르신네가 살던 기와집 같았다. 입구에 고어체로 ‘뒤ㅅ간’이라고 써진(실은 시옷이 ‘간’자의 기역 앞에 붙어 표기돼 있다) 나무 표지판이 없었다면 정말 스님들이 거처하는 도량으로 여겼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이곳이 정말 해우소 맞나’ 하고 조심조심 돌계단 아래로 내려서서 ‘대변소(大便所’)라고 쓴 현판을 보고서야 그곳이 정말 뒷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pos="C";$title="";$txt="선암사 해우소 앞에서 메모에 열중하고 있는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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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특별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변소 특유의 역겨운 암모니아 냄새 대신 시원한 바람과 햇볕 냄새가 은은히 났다. 바닥도 시멘트 바닥이 아니라 마룻바닥이었다. 마치 내가 살던 기와집 대청마루 바닥 같았다. 왼쪽은 남(男), 오른쪽은 여(女)라고 쓴 붓글씨만 없었더라면 어느 집 안방인 줄 착각할 정도로 그곳은 밝고 환했다.
물론 나는 그곳에 들어가 소변을 봤다. 마룻바닥이 조금 삐걱거리고 아래가 깊어 조심스럽기만 했지만 마음 편히 소변을 보고 바지를 추스르다가 자연스럽게 벽면 한 쪽으로 눈길이 갔다. 그곳엔 낡아 너덜너덜한 종이에 붓글씨로 쓴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대소변을 몸 밖으로 버리듯 번뇌와 망상도 미련 없이 버리세요’
순간, 나는 숨이 딱 멎는 듯했다. ‘그래, 맞아! 소변을 몸 밖으로 버리듯 지금까지 내가 지녔던 온갖 욕심을 다 버리는 거야. 내 욕심에서 모든 고통과 번뇌가 시작되는 거야. 욕심과 욕망은 이런 소변에 불과한 거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그 글귀를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해우소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마음속으로 깊게 울었다. 그동안 내 마음 속에 웅크리고만 있던, 마음껏 울지도 못하고 남의 눈치만 보던 모든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 울음은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울음, 내 사랑이 전해지지 않고 증오로 변질돼 되돌아오는 데서 오는 울음이었다.
나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러자 가슴이 시원해졌다. 몸속의 소변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소변까지도 몸 밖으로 시원하게 빠져나간 듯 마음이 가뿐해졌다.
‘앞으로 눈물이 나면 선암사 해우소에 와서 울어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울로 돌아와 ‘선암사’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을 썼다.
$pos="C";$title="";$txt="정호승 시인과 전각 스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size="550,366,0";$no="2009081115341317070_4.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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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전각스님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 앞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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