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합의5부(황한식 부장판사)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제철에 모집돼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일하다가 전쟁에 동원됐던 김모씨 등 99명이 대일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인 포스코(옛 포항종합제철)를 상대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일본제철 오사카 제철소에서 '독신자이기 때문에 전액을 주면 낭비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임금 일부만을 받아가며 훈련공 신분으로 노역에 종사하던 김씨 등은 2차대전 말엽인 1945년 초 일본에 의해 강제 징용됐다.

그런데 얼마 뒤 오사카 제철소가 미국의 대공습으로 파괴됐고, 전쟁에 나갔던 김씨 등은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다른 지역 제철소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포스코는 지난 1968년 대일청구권자금 1억1950만 달러 등을 기반으로 국가에 의해 설립됐으며 1998년 민영화와 함께 일본제철을 승계한 신일본제철과 기술을 제휴하고 주식 일부를 공동 보유하기 시작했다.

이에 김씨 등은 "포스코가 대일청구권자금을 사용하는 등 대한민국과 공모해 정당한 피해 보상을 막았고, 신일본제철 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는 등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따른 법익 침해 상태를 방조하지 않아야 할 헌법 및 조리상의 법적 의무를 저버렸다"며 2007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포스코 설립에 사용된 대일청구권자금은 대한민국 정부의 출자금으로 대체되거나 포스코가 이를 직접 상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포스코가 대한민국과 공모해 원고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방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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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포스코가 일본제철을 승계한 신일본제철과 제휴 등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 아래에서 기업의 생존을 유지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상의 판단에 근거한 것일 뿐 사회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 등이 신일본제철에 대하여 침략 역사 등 문제 해결을 추진하도록 요구한 데 대해 포스코가 대응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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