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을 살리자!"
지난 19일 해운업계 사장단 연찬회 자리에서 '느닷없이' 울려퍼진 구호였다. 이날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4대강 사업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바다를 오가는 선박을 보유한 국내 해운(海運)선사 사장단들이었다.

이러한 구호를 이끌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물류·항만 경쟁력 강화, 해양 자원 활용 방안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잘나가던' 정 장관은 그러나 발언의 말미에 급작스럽게 4대강 살리기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4대강 치수사업은 홍수, 물부족 사태 등을 고려한 근원적 예방 조치"라는 뜬금없는 홍보성 멘트까지 잊지 않았다. 결국 해운선사 사장단들은 국토부 장관과 함께 "4대강을 살리자!"는 구호를 외치며 기념 사진 촬영에 임해야했다.

국내 해운업계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의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 1분기 국내 굴지의 선사들 마저도 적게는 400억에서 많게는 2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으며 연내 흑자 전환마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매년 1박2일로 진행되던 사장단 연찬회는 당일치기 행사로 변경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열린 해운업 사장단 연찬회에 참석해서까지 4대강을 찾는 정 장관의 행동에 과연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해운업에 대한 지원 강화인지 사진찍기 구호로까지 등극한 4대강 살리기인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올해 초 지속되는 시황 악화와 구체적인 계획없이 미뤄지기만하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시끄러웠을 당시 한 해운업계 임원은 "과거 해양수산부가 존재하던 때라면 이런 식의 홀대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죽하면 국토해양부의 줄임말이 '국해부'가 아닌 '국토부'겠느냐"고 건설과 부동산 분야로 쏠려있는 국토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22조원이 넘게 투자되는 4대강 사업이 현재 국토부에서 집중하고 있는 최대의 현안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에 이어 한해 277억달러의 외화 수입을 올리고 있는 주요 수출산업이라는 것과 국토부가 국토'해양부'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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