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앗! 소녀에게 관능미가…롤리타신드롬
그림 속 관능-르누아르와 에곤 쉴레
‘어린 소녀’에게 관능(官能) 혹은 에로티시즘(eroticism)을 연결 짓는 이는 거의 없을 법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 혹은 지식차원에서 ‘에로티시즘’은 몸매의 볼륨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성숙한 여인에게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습이나 상식을 깨는 것을 시대의 의무이자, 일종의 쾌락처럼 여기는 예술가들 사이에선 나이는 장벽이 될 리 없다. 일찌감치 소설에선 어린소녀와의 섹스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마도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Lolita)’가 아닐까. 1955년 프랑스에서 발간될 당시 엄청난 파문과 외설 논란으로 판매금지가 됐지만 3년이 흐른 후 미국에서 재 발간됐을 때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소설은 주인공 험버트가 12살짜리 소녀인 의붓딸 롤리타에게 이끌려 아내를 사고로 죽게 하고 롤리타를 차지하지만 결국 자신은 파멸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 덕에 어린 소녀에 대한 중년남자의 성적집착(?) 내지는 성도착을 가리켜 ‘롤리타신드롬’이라고 지칭하게 이른다.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유행했던 ‘원조(援助)교제’도 일종의 롤리타신드롬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성인남성이면 누구나 한번쯤 어린 소녀와의 풋풋한 ‘섹스’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다고 하면 너무 주관적일까. 여하튼 회화에서도 어린 소녀의 벗은 몸(누드)을 주제로 삼은 작가들이 부지기수다.
초상화와 누드는 사실 화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즐겨 애용하는 장르 중 하나이다. 아마추어들도 어느 정도 그림그리기에 자신이 생기면 도전하는 장르가 누드다. 그러나 여러 작가들 가운데 프랑스 출신의 르누아르만큼 여성을 관능적이고 육감적인 자태로 캔버스에 재현한 화가는 없을 것 같다.
1875년에 그린 ‘햇빛 속의 누드’는 어린 소녀에게서 찾아 볼 수 없는 관능적 묘사가 탄식을 자아낼 만큼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인상파답게 르누아르의 색깔이 빼어나게 드러난 작품으로 그가 이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단순한 작품이 영원하다' 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어려서 도자기 공장의 도안사로 들어간 르누아르는 18세기 프랑스 전통에 따른 부채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창문에 치는 발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도안사로 지내 손과 눈이 예민해진 르누아르의 누드들 역시 도자기의 겉처럼 미묘한 광택을 지니게 만들었다.
그림 속 소녀는 성숙한 몸매의 관능미와 반대로 순수한 표정으로 '난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물과 기름으로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소재를 삼아 저리도 요염한 자세를 만들어 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스트립쇼라도 할법한 창녀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상상이 나온다. 배경이 가늘고 섬세하게 붓질로 처리되어 있어 여러 가지 상상이 가능한 것이다.
후대에선 이처럼 찬송을 받던 이 그림도 탄생 직후 제 2회 인상파 전시회에서 르 피가로 지는 “완전히 부패한 상태의 시체에서 나타나는 녹색과 보라색 점으로 뒤덮인 살덩어리”라고 썼다. 그러나 채 10년이 지나지 않아 평가는 180도 달라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르누아르가 어린 소녀의 얼굴에 성숙한 여성의 몸을 대입해 관능적인 누드화를 완성시켰다면 에곤 쉴레(Egon Schiele, 오스트리아, 1890-1918)는 소녀의 설익은 몸을 더욱 왜곡시켜 기괴하기까지 만들어 인간의 성욕을 표현한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소녀의 누드화를 그리다 ‘미성년자 유인협의’로 20일 동안 구류까지 살다나온 전과 때문에 롤리타 신드롬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은 작가이다. ‘세 소녀’, ‘서 있는 벌거벗은 검은 머리 소녀’ 등은 어린 소녀의 관능미가 느껴지는 에곤 쉴레의 대표작들이라 할 수 있다.
에곤 쉴레가 어린 소녀에 대한 누드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스트리아 비엔나 외곽에 위치한 노이렌바흐라는 시골마을에 젊고 잘생긴 예술가가 찾아와 자신의 아뜰리에를 연다. 마을사람들은 비엔나와 뮌헨, 쾰른, 부다페스트 등 유럽의 큰 도시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가진 유명한 화가의 등장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아이들도 젊고 세련된 작가의 아뜰리에를 신기한 듯 자주 방문했고, 특히 어린 소녀들의 방문에 작가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마을 어른들은 어린 소녀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탐탁치는 않았지만 나서서 막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이 작가는 어린 소녀의 벗은 몸을 모델로 삼아 누드 드로잉을 그렸고, 그림들의 대부분은 어린 소녀가 미처 성숙하지도 않은 자신의 유두나 음부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거나 들춰 보이는 것들이었다.
마을주민이 대경실색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 젊고 세련된 작가가 바로 에곤 쉴레였다. 그는 미성년자를 유괴했다는 죄목으로 노이렌바흐 감옥에 20여일 수감됐고, 아뜰리에에 걸려 있던 소녀의 누드 드로잉 한 점이 ‘청소년을 유혹한 포르노 물’이라는 이유로 불태워졌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쉴레의 에로티시즘 적인 예술경향은 더욱 깊게 침전하게 된다. 직접 성관계까지 맺었던 가장 친근한 모델이 당시 17살의 발리 노이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롤리타 신드롬은 예술적인 부분에 머물지 않았고 실생활에까지 전이됐던 것으로 보인다.
에곤 쉴레의 여성편력이 미스테리하고 신비한 에로스적인 예술 세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기약하고 소녀에 대한 성적 집착이 작품에 어떻게 투영됐는지 살펴보자.
그가 옥살이를 하게 한 ‘두소녀’, ‘세소녀’는 에곤쉴레의 화풍을 설명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그림 속 모델들은 아뜰리에에 놀러온 소녀로 한창 들뜬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아직은 그의 전매특허인 거칠고 날카로우며 촉각전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선은 많이 자제했다.
반면 ‘서있는 벌거벗은 검은머리 소녀’는 감각적인 드로잉 선이 잘 나타나있다. 오렌지색으로 채색된 입술과 마른 몸매덕분에 더욱 볼록하게 도드라진 유두, 그리고 오렌지색의 성기가 강력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해맑은 눈빛과 달리 묘하게 어른스런 느낌을 주는 커다란 손이 대비되어 색다른 관능미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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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언급한 에곤 쉴레의 그림 몇 점을 가지고 그의 예술관을 논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단지 그의 그림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내재된 욕망을 다시 일깨우게 된 동기로 작용한다면 그만이다. 성적인 쾌락, 관음증, 롤리타 콤플렉스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이런 한 성적환상을 현실로 이어져선 안된다는 조건하에서다.
에곤 실레는 우리가 잊으려했던 혹은 감추려 했던 사회적 금기에 대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마음껏 뽐냈던 예술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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