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예측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이른바 '랜덤워크' 이론을 신봉하는 투자가들은 주가 예측이 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각종 거시경제 및 기술적 지표를 동원해 주가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각종 투자설명회는 소위 '족집게' 고수에게서 정보를 얻어 고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곤 한다.

세기의 대폭락 '블랙먼데이'를 정확히 맞혀 투자의 대가라는 찬사를 받았던 월가의 한 투자가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밝힌 '고백'은 예측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투자가는 자신의 친구가 몇달 뒤 써야 할 자금을 뮤추얼펀드로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전자산으로 옮길 것을 권고했다. 평소 이 투자가의 실력을 높이 샀던 친구는 조언대로 뮤추얼펀드를 환매하고 투자원금과 수익을 안전한 은행 예금에 묻어 두었다.

그렇게 갈아타고 채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시장에 대폭락이 찾아왔다. 이른바 '블랙먼데이'였다. 간발의 차이로 커다란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이 친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투자가가 권고했던 내용을 지인들에게 설파했다. 소문은 순식간에 번졌고, 이 투자가는 월가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대폭락을 정확하게 예측해 낸 전설적인 투자가로 스타덤에 오른 것.

하지만 그가 자신의 저서에서 털어놓은 고백은 뜻밖이다. 당시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블랙먼데이'를 예측했던 것은 결코 아니라고 그는 솔직히 말했다.

친구에게 투자자금을 뮤추얼펀드에서 예금으로 옮길 것을 권했던 것은 대폭락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기 자금을 위험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이 투자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투자가의 고백은 다소 실망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 속에 주가 하락으로 큰 고통을 겪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손실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 하려면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정보를 얻고, 탁월한 동물적 감각으로 시장 방향을 예측하고, 들어갈 시점과 나올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신의 능력에 앞서 특별할 것 없는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실제로 2007년 가을 이후 전세계적인 자산 가격 폭락을 경험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때늦은 회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칙만 지켰어도….'

절망 속의 성찰에서 한 가닥 희망을 발견하는 동시에 혹독한 대가를 치른 학습효과가 알찬 열매를 가져다주기를 기대해 본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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