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나침반

<중>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경영전략

고 최종현 회장의 고민에서 시작되다


"1975년 내가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계획을 처음 밝혔을 때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매일 생각하니까 아이디어도 나오고 방법도 나왔습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하다보니 목표를 이룬 겁니다"

1962년 처음 입사해 직기 150대의 자그마한 직물회사를 오늘날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밝힌 비결이다.

직물 회사에서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 회사로 도약,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완성, 정보통신사업 진출까지 세번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최 회장의 끝없는 고민 덕분이었다.

◆"최고가 되려면 그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SK만의 경영기법인 SKMS(SK경영관리체계)를 정립한 후에도 고(故) 최종현 회장의 고민은 계속됐다. SKMS를 만든 지 10년이 지나도록 경영활동에 접목돼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언가 최 회장의 뇌리를 스쳤다. 후발주자인 SK가 일류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루고자 하는 것보다 한단계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기업의 경영 목표를 '베리 굿(Very Good)'-'엑설런트(Excellent)'-'(수퍼 엑설런트(Super Excellent)' 3단계로 구분했을 때 선진 기업들이 Very Good을 달성하기 위해 Excellent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에, 이를 앞서기 위해 SK는 목표를 Super Excellent로 설정해야하만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수펙스(SUPEX) 추구법이다. 수펙스는 Super Excellent를 합성한 단어로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을 의미한다.

◆SK 발전 원동력..'SKMS'-'수펙스'=SKMS가 경영원리와 경영관리 요소라면 수펙스 추구법은 말 그대로 '실천방법'이다.

SK는 1990년 수펙스 추구법과 함께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캔미팅(Can Meeting)과 일처리 5단계를 도입했다.

우선 캔 미팅은 조직 구성원들이 일상적인 업무나 경영과제에 대해 격없이 논의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나타낸다.

일처리 5단계는 '입체적 위치 파악→KFS(이윤극대화) 추출→목표수준 설정→장애요인 도출→장애요인 제거방안 수립 및 실행' 순서로 이뤄진다.

그 후 2000년대에는 주어진 시간과 가용자원을 고려해 수펙스를 설정하고 달성해야하는 '투 비 모델(To-be Model)을 도입했다. 지금은 지난해 시작해 2010년 끝나는 3차 투 비 모델을 실행 중이다.

이처럼 수펙스 추구법은 현재 SKMS와 함께 오늘날 SK를 만들 원동력으로 꼽힌다.

◆'수펙스 김치'를 아세요=수펙스 추구를 통한 성공사례는 적지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 만찬 단골메뉴인 '수펙스 명품김치'가 최 회장이 워커힐 호텔에 "계절에 상관없이 맛이 한결같은 수펙스 수준의 김치를 만들라"고 주문해 탄생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수펙스 김치는 지난 1997년 제조판매 등록한 이후 고객의 입소문만으로 매년 2억5000만~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만간 일본 각 지역 백화점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최근 워커힐의 수펙스 김치는 호텔업계 최초로 HACCP(해씁 ㆍ 위해요소 중점 관리기준체계) 이행시설 지정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또 10년전 SK텔레콤이 신세대를 위한 브랜드 TTL로 20대 고객을 공략한 것도 수펙스 추구의 성과라할 수 있다. 당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마케팅으로, TTL을 출시한 해 SK는 경제활동 인구 3분의 1을 고객으로 사로잡을 수 있었다.

조정남 전 SK텔레콤 사장이 "어느 날 직원들이 TTL이란 광고를 하겠다면서 43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하대요. 그런데 광고 내용을 보니 어항이 갑자기 깨지면서 물고기가 공중에 날아다니고,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맘에 안 든다고 했더니 부사장이 옆구리를 꾹꾹 찌르면서 젊은 사람들 하란대로 해보는 게 좋겠다고 권유하더군요. 고집을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너희들 반드시 성공시켜, 그렇지 않으면 모두 해고야라고 엄포만 놓았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SK의 수펙스 추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펙스 추구는 핵심은 '구성원-회사' 발전=수펙스 추구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의욕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이윤극대화를 위해 직접 뛸 때 비로소 구성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개인 역량 향상과 회사의 경영 성과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회사는 구성원들이 자발적ㆍ의욕적으로 두뇌 활동을 극대화해 수펙스 추구 활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보상과 자기 발전 기회 제공, 성취감 등이 모두 포함된다.
SK는 "SKMS의 경영철학은 구성원 개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발전을 추구하는 데 있다"면서 "구성원의 자발적, 의욕적 참여에서 출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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