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경영진들이 떨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내민 손을 덥썩 잡았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CBS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은행권에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일부 은행 경영진들을 퇴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어서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재건을 위해 추가 자금을 집행할 경우 납세자들을 보호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경영진들을 내쫒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결코 대가없이 추가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경고가 단순한 협박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의 압력에 못 이겨 CEO직을 사퇴함으로써 명확해졌다.
백악관은 왜고너 CEO가 제출한 회생안이 불충분하다며 60일의 시간을 더 주는 대신 CEO직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월가에서는 백악관이 똑같이 회생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권 CEO들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제조업체들에만 유독 엄격하다며 ‘이중잣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가이트너 장관이 공공연하게 금융권 CEO 퇴출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이들도 사퇴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이트너 장관은 2일에도 CNN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GM CEO를 퇴출한 것이 미국 정부에 의한 마지막 CEO 퇴출 사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중잣대’ 비난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경영진 퇴출이 자동차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CEO에게도 내려질 수 있는 조치임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가이트너 장관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이들 업체 CEO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는 “경영진 물갈이는 납세자 보호 뿐 아니라 이들 기업이 강하게 재탄생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다”고 주장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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