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하에서 차명계좌의 예금주는 예금 출연자가 아닌 예금 명의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대기업 등이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관리하는데 리스크가 급증하게 됐다.
기업이 회사 임직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예금거래를 한 경우, 임직원이 이후 계좌에 넣어둔 돈이 회사자금이 아니라 본인 자금이라고 주장하면 기업은 예금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될 위험에 노출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대기업 등이 임직원 등 명의로 기업체 자금을 관리하는데 상당한 위험부담이 발생하게 돼 차명계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금 명의자와 예금주가 일치해 예금에 관한 법률관계가 명확해질 뿐 아니라, 예금 출연자는 차명거래를 할 경우에 안게 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직접 거래할 것이므로 투명한 예금거래 질서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예금 출연자가 예금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예금 명의자와 출연자 간 '예금 출연자에게 예금반환 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19일 예금 명의자인 이모(48.여)씨가 "4200만원의 예금을 반환해달라"며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예금 명의자를 계약 당사자로 봐야 한다"며 "예금 출연자를 계약 당사자로 보려면 출연자에게 예금 반환 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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