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김태완 지음/ 소나무 펴냄/ 2만원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둘 모두 쾌락을 주지만, 매우 해로운 습관이다. 하나는 몸을 죽이고, 하나는 상상력을 죽인다.

어느 서양 미술사학자가 책에서 뱉은 그럴싸한 명언(溟言)이다. 그럴싸한 명언이 또 하나 항간에 나돈다. '오비이락'이 바로 그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한자성어로만 알고 있다면 한마디로 답답한 사람으로, 시대의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해 그만 왕따를 당할지도 혹 모를 일이다. 주가폭락과 함께 요즘 유행하는 락 음악으로 오비이락은 '오바마가 뜨니 이명박 떨어진다'는 노래의 가사란다. 얼시구 시구 가히 상상력 기발하고, 또한 절시구 시구 웃기는 풍자로 쾌락일세. 그러니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이다.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말라(改過不吝)고 했던가. 바라건대 이 책이 부디 이 땅의 수많은 뉴리더의 책꽂이에 꼭 한 칸 자리를 차지했으면 싶다.

저자는 경북 봉화 출신의 김태완 박사다. 조선시대 문헌으로 남아 있는 책문 가운데 열여섯 편을 묶어 우리말로 쉽게 풀이하고 해석을 덧붙였다.

책문이란 대과(大科)의 최종 합격자 33명의 등수를 결정하기 위해 임금이 직접 출제한 현안에 대해 응시자가 대책을 제시하는 시험을 말한다. 임금은 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다섯이 등장한다.

이에 반해 응시자는 그 유명한 성삼문 신숙주 강희맹 조광조 등이 전면에 등장하는가 하면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석형 권벌 노진 등 총 15명의 신하가 나타난다. 내용은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선비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임금에게 간언한 대책들이 가득 담겨있다.

독자의 아쉬움을 예상했을까. 저자는 서문에 친절하게도 '정조와 율곡의 책문'(16~17쪽)이 빠진 이유에 대해 말한다. 정조의 경우는 책문으로 출제한 문제가 수십 편이니 '홍재전서'를 참고하라고 하는가 하면 율곡 이이의 경우 조선시대 선비들 가운데 책문을 많이 남긴 사람에 속하는데, 질문이 6편, 대책이 17편이나 된다고 안내한다.

다행히 저자가 지은 '율곡문답'(역사비평사)이 있으니 따로 관심이 있다면 이 책과 더불어 동시에 음미하며 읽어봄직하다.

나는 특히 광해군과 책문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구제하려면'(158쪽)에 대해 조위한이 대책을 제시한 '겉만 번지르르한 10가지 시책들을 개혁해야'(162쪽)라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명과 후금 사이, 광해군의 선택은 마치 오바마의 미국과 후진타오의 중국 사이의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듯 실감나고 "어쨌든 광해군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궁궐의 증개축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196쪽)라는 대목에선 끝없는 MB의 대운하 집착을 보는 듯 흥분된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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