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작년에 마무리 짓고 넘어갔어야 하는데….”

최근 만난 삼성 고위 관계자의 하소연입니다. 삼성내부에선 작년 말로 예정되었던 이건희 전 회장의 상고심 공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자칫 어렵게 구축한 독립경영의 틀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과 관련해 모든 현직에서 떠난 이 전 회장이지만 여전히 삼성그룹에 상징적 의미가 큰데다 오는 주총에서 삼성의 대주주로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삼성은 경기 악화에 따른 중복사업 통폐합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와 사업부를 정리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오히려 과거 전략기획실의 전신인 브랜드 관리위원회의 인원을 보강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여론향배를 예의 주시하기 위함이라는 삼성 안팎의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이 전 회장의 상고심은 이달 말 혹은 늦어도 다음 달 둘째 주에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회장외에도 적지 않은 총수들의 공판이 2월에 몰려 있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법정관리 중이던 한일합섬을 불법으로 인수·합병한 혐의(배임)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함께 벌금 1800억 원을 구형했고, 다음 주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해 검찰 출신인 현 회장이 검찰에 소환 조사까지 받자 초상집과도 같았던 동양은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바짝 엎드린 상태입니다.

동양측은 인수 초기자금을 출연하고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동양메이저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에 자금차입에 의한 기업인수 방식(LBO)을 이용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무근’라는 입장입니다.

이밖에 대통령의 사돈기업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인 효성 비자금 사건도 2월 공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효성 중공업 부문 임원 2명이 일본 히타치사로부터 수입한 발전설비를 한전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332억 규모의 초과 이익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되면서 불거졌습니다. 당초 효성 일본법인의 비자금 조성의혹이 불거졌으나 검찰은 임원 2명에 의한 사기사건으로 기소한 상태입니다.

반면 건설부분에 대한 비자금 사건은 여전히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향후 결과에 따라 효성과 조석래 회장에게 미치는 파국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효성 건은 특수 1부에 속해 있는데,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신임 3차장 소속입니다. 공교롭게도 최재경 3차장검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BBK특검'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장본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무협의 처리했던 검사가 다시 이 대통령의 사돈기업 사건을 맡게 된 겁입니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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