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노동부 장관 "근로자의 고용 안정 위해 법 개정 추진"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9일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사용제한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관련 법 개정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고 거듭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일자리 지키기’ 추가대책 발표를 겸한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7월말까지 고용이 유지되면 정규직 전환으로 간주되나, 그렇지 않으면 고스란히 실업자가 된다. 노동부는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법 개정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다음은 이날 이 장관과의 질의응답 주요내용.
▲ ‘양보교섭’ 사업장에 대해 세제 감면과 세금납부기한 연장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는데 어떤 세제를 감면하겠다는 건지. 또 관련 부처와는 어느 정도까지 협의가 됐는지 궁금하다. 또 임금을 반납·삭감한 근로자에 대해선 그 금액에 대해 추가 소득공제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기업의 세제감면이나 근로자의 추가 소득공제 분은 노동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계부처와 함께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토록 하겠다.
▲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기준이나 지원 수준은 정해졌나.
- 사실 그동안엔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과 같은 조치를 한 번도 행한 바 없다. 그러나 우리 고용기본법엔 그런 조치를 할 수 있는 요건이 입법적으로 갖춰져 있다. 일부 특정 지역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나, ‘고용개발촉진지역’은 특정한 곳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지원 방식은 (고용 상황과 관련해) 가장 큰 위험이 닥쳐올 수 있는 지역을 예상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원하거나 정부가 직접 기업을 통해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선 지금 진행 중이다.
▲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고용개발촉진지역’은 실업자 100만명 이상이 되는 취업·실업대란 사태 때 2단계 조치로서 취하겠다고 한 걸로 아는데, 실업자가 100만명이 안 되도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건지.
- 그렇다. 대통령 업무보고 때 ‘컨틴전시 플랜’으로 실업자가 공식적으로 100만명을 넘었을 때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향을 이미 예고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볼 때 반드시 숫자로 100만명 되지 않는다 해도 특정 지역에 ‘위기’가 올 땐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 무급 휴업 근로자에 대한 소득보전 방안으로 일정금액 생계비를 지원한다고 했는데, 실업급여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 근로자의 고용불안에 대처하는 1차적인 방법은 기업의 고용 유지다. 그래서 유급 휴업 실시를 전제로 해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종전에 중소기업은 급여의 3분의2, 대기업은 2분의1을 지원하던 것을 중소기업은 4분의3, 대기업은 3분의2로 올려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업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이제 유급 휴업을 할 수 없는 단계가 올 수 있고, 결국 경영상 해고를 할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도 무급휴업이라 해도 기업이 실존할 경우 고용보험제도에서 (1인당) 20만원을 장려금으로 준다. 그러나 각종 보험료 등 업무 비용 명목이며 근로자에게 직접 주는 건 없다. 무급휴업 상태인 근로자는 사실상 실직 상태와 마찬가지다. 때문에 그런 상태의 근로자를 실직자와 준하는 개념으로 보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지원 수준 또한 아직 검토 단계에 있다.
▲ ‘일자리 나누기’의 예로 독일과 네덜란드를 들었는데, 네덜란드는 노사 개별 교섭이 아닌 노사정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정부가 노사정 협의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노사정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노사정 협약에 대해선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이 실제로 고용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근로기준 선진화나 해고 유연화 등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나와 오히려 노사정 대화가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 노사정 간의 대타협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는 상황을 앞두고 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협약이어야 한다. 정부는 시간적인 촉박함 때문에 대화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바로 (대책을) 발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건 사업장에서 노사가 서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주체적인 당사자로서 노력하고, 그런 의미에서 진지한 대화를 함께 해나가기를 바란다.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노사정 대화는 당면한 경제위기만이 아니라 좀 더 큰 틀에서 선진화와 노사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 부분에 고용의 유연화와 같은 문제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다 안고서 노사정 대화를 한다면 아마 ‘위기’가 다 지나간 후에도 합의가 안 될 수도 있다. 당장 시급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 대화가 대단히 중요하고 그런 것이 바탕이 될 때 그 다음 단계의 보다 높은 차원의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근로기준의 선진화가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있는데 우린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이건 사실상 진화적인 노동법제의 개선으로,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가 뭐냐는 데에 법이 따라 가야 한다. 법과 규범을 정해놓고 거기에 고용이 따라 가도록 할 순 없는 것이다. 우리가 추진하는 이 모든 건 노동계나 일부 언론이 오해하고 있는 그런 방향이 아니다.
▲ 지금 상황이 급박하니까 노사정 대화는 사업장 단위 수준에서 하고 보다 거시적인 것은 지금 정부가 선도적하겠다는 의미 같은데, 그러면 금속노조의 노정 대화 요구에 대해선 시간 낭비라고 보는 건가.
- 그렇진 않다. 기업 안에서도, 정부에서도, 노동자 입장에서도 위기에 대한 체감이 다르다. 중소기업 중엔 도산에 직면에 죽느냐 사느냐 하는 곳이 있는 반면, 대기업은 그렇게 위기의식이 강하지 않을 수 있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역점을 두는 분야는 실직 위험에 있는 근로자, 실직 상태에 있는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를 만들 단계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더 급한 상황이 됐다. 지금 가장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바로 취약계층의 근로자들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직접적인 해고 대상이 돼서 구직급여 신청으로 나타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정규직 근로자들은 아직 이들보다 위기의식이 덜할 수 있다. 근로자들이 공동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바로 그런 위험 상태에 있는 근로자들과 고통을 나누고 사용자와 고통을 나누면서 기업의 도산을 막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도외시하고 전국 차원에서만 얘기한다면 그렇게 고통 받는 근로자들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가 있다. (다만) 전국 차원의 대화를 위해선 노사정위원회가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해선 우리도 적극 협조하고 지원할 생각이다.
▲ 정부는 올해 ‘3% 경제성장’과 함께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런데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지키는 단계로 넘어간다면 10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가 보류됐다는 얘긴지.
- ‘일자리 지키기’가 중요하다는 건 정부가 아니라 근로자와 사업장의 입장이다.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선 조금도 변함이 없다. 만일 우리 경제가 더 안 좋아진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나온 각종 지원책들이 사실상 고용보험 가입자에게만 해당되는데 미가입자에 대해선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나.
- 실제로 거의 모든 사업이 고용보험기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외국도 실업자 지원은 고용보험제도를 활용하지만, 고용안정사업은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이 부담하는 재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직자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해선 고용보험료를 올려야 하나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땐 국가 일반회계 등을 통해 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만일 앞으로 고용이 더 어려워지면 정부로서도 유연성 있게 대처하겠다는 생각이다.
▲ 주당 40시간 근로가 아직 20인 미만 사업장에선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오는 2011년까지 결정키로 돼 있는 주 5일 근무를 앞당기는 방안이 있나. 잡 셰어링(job sharing)과 관련한 구체적인 복안은.
- 지금 주당 40시간 근로를 적용하지 않는 2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도 기업이 자진해서 할 경우엔 지원하는 장려금 제도가 있다. 그것을 통해서 유도를 하려고 했고, 또 지금 중소기업의 경우엔 전체적으로 주문과 생산량이 줄어들어 44시간조차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지금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잡 셰어링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그런데 잡 셰어링이라는 게 실제론 사업장마다 굉장히 다른 특성이 있어서 산술적으로 우리가 권장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양보교섭도 몇 가지 유형이 있겠지만 어떤 표준적인 내용을 권장하거나 할 생각은 아니다. 다만 해당 기업이 그 특성에 맞게 노사에게 적절한 양보교섭의 패턴을 취하고, 또 그런 잡 셰어링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선 잡 셰어링이 유럽에선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고 비판하는데, 우리가 하는 잡 셰어링은 근로자 입장에서 어떻게든 고용을 유지코자 하는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 양보교섭에 참여하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인가.
- 일반적으로 양보교섭은 단체교섭이다. 단체교섭은 이미 협약을 체결했으면 그 유효기간이 있고, 그 기간 동안은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위기 상황을 이유로 사전변경에 의해서 사 측이 단체교섭을 새로 하자고 하고 노 측에서도 그것을 승락한다면 새로운 교섭이 이뤄질 수도 있다. 지금 일부 사업장에선 단체협약상의 내용을 준수하지 못한다고 해서 노 측이 반발하기도 하는데, 정상적인 경영상황에서는 그런 문제가 안 생겼을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이라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그런 경우엔 양보교섭이 기업에 따라 빨리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본다면 임단협 시기를 전후로 해서 양보교섭 문제가 보다 더 구체화될 거다. 그런 면에서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인센티브 자체보다 노사가 스스로 양보교섭을 하는 것이고 인센티브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래서 우린 양보교섭을 통한 노사의 고통분담과 협력을 호소하는 것이다.
▲ 당초 노동부는 ‘늦어도 2월엔 비정규직법 개정 이루어져야 된다’고 했고, 오늘 발표에서도 ‘불합리한 법조항의 개정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선 법 개정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해석하기에 따라선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부분은 어느 한 방향으로 전체 의견이 모아진 게 아니다. 당내에서도 좀 더 의견을 수렴해서 1월말까지 검토해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는 이미 시작됐다. 7월말까지 고용이 유지되면 정규직 전환으로 간주되므로 다행이나 그렇지 않으면 고스란히 실업자가 된다. 노동부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법 개정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당과도 조속히 협의해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입법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그 결과에 따른다 해도 이것을 늦춰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 기업들의 고용유지계획서 제출사항을 보면 작년 10월 400건에서 12월 740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고용유지계획서가 계속 이런 추세로 늘어난다면 추가적인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할 텐데,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고용대책이 이 같은 상황도 염두에 둔 것인지.
- 경기침체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누구도 책임 있게 얘기할 수 없다. 다만 노동부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단기대책이다. 또 취업을 하기 위한 기간 동안 지원하는 것이지, 그냥 집에 앉아서 쉬고 있는 근로자에게까지 생계비를 대준다는 개념은 아니다. 우선 기업 차원에선 유급휴업을 할 경우 우리가 6개월까지 지원할 수 있다. 개인 근로자의 경우엔 실업급여가 우선 8개월 동안 지급되고, 개인 사정에 따라 2개월 간 개별 연장을 할 수 있다. ‘IMF외환위기’ 땐 여기에 노동부 장관 고시로 근로자 전체에 대한 구직급여를 2개월 특별연장한 적이 있다. 그러면 1년을 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돼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만약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상당히 악화된다면 특단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오진 않은 채로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 양보교섭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중 기업 세제지원은 법인세 감면일 텐데, 기획재정부가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 양보교섭 등과 관련한 내용은 관련 경제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아마 내주 정도에 재정부에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노동부는 기본적으로 노동계와 물밑에서 계속 대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화도 없이 갑자기 어떤 결과가 나오진 않는다. 때문에 노동계가 던지는 여러 가지 제안에 대해 바로 화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거다. 우리는 그런 제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내용인지를 보고 대책 수립을 검토한다. 아마 노동계나 기업계에서도 위기극복을 위한 어떤 입장표명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로 진지하게 협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선을 찾아 전체적인 대타협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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