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기본권 침해 위헌" 일제 반발

증권선물거래소(KRX) 공공기관 지정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거래소가 독점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사실상 공적 기관임에도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공공기관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거래소는 "헌법소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반대논리를 공론화 하는 작업에 적극나서고 있다.

정부의 명분없는 공공기관 지정 논거를 안팎으로 알리는 한편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심포지엄을 열어 법률적 근거도 마련했다.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가 복수거래소 허용 재논의 시점인 오는 4월까지 공공기관 지정 연기를 요청한 만큼 정치권의 '공감대'도 얻어낸 셈이다.

하지만 정작 칼을 쥐고 있는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오는 22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신규 지정 여부를 최종 의결한다는 방침만 되풀이하고 있다. 눈과 귀를 막은 정부의 '막가파식' 행보에 국내·외 투자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기본권 침해 '위헌'

증권선물거래소는 물론, 법률전문가들도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은 '위헌' 여부다.

증권법학회와 한국공법학회 주최로 최근 개최된 '증권선물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관한 법리적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서전문가들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법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라며 일제히 성토했다.

정호경 한양대학교 교수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행위 자체가 위헌성을 가지고 있다"며 "거래소는 주식회사로 모든 주식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순수한 사기업이라 공공기관법상 공공기관의 지정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위헌 이유에 대해 '사영기업의 국ㆍ공유화 또는 통제ㆍ관리는 국방상.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는 경우 외에만 금지'(헌법 제126조), '비례원칙 또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재산권의 제한은 사유재산제도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에 위배'(헌법 제23조 제1항) 등을 제시했다.

또 비례원칙 또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재산권 제한, 직업자유와 기업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세종ㆍ태평양ㆍ김앤장 등 주요 로펌에서도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은 일제히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자료를 통해 "거래소는 사영기업으로 사영기업의 경영의 통제 또는 관리에 해당돼 동 조항에 위반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재산권, 영업의 자유, 평등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이 부당하다고 밝혔고, 세종도 "주주의 권리와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위헌' 의사에 힘을 실었다.

◆외국인 "정부가 증시 통제하냐"

외국인 신뢰 하락도 걱정거리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측이 오는 9월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을 앞두고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FTSE측이 현 시점에서 거래소 경영을 정부가 관여하겠다는 것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는 못하지만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된다면 선진지수 편입 결정에도 이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고 말했다.

작년 한국 증시는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 결정되면서 오는 9월 편입 발표와 함께 하반기 중 약 25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와 FTSE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FT도 작년 말 "증권선물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가능성은 서울을 금융허브로 키우려는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의 우려도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몽골 베트남 등 거래소가 현재 진행중인 해외사업 지역에서도 불안해 하긴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 거래소가 최근 "IT시스템 수출계약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냐"는 문의를 한 것을 비롯해 몽골 베트남 등지에서도 "증권선물거래소가 거래소로 지정으로 기존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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