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신년에는 오랫 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북적대는 반가움이 있었다.
 
하지만 불과 두 세대 내로 우리 아이들의 절반은 형제나 사촌이 없는 상태에서 자랄 것이라는 통계를 보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고모나 이모ㆍ삼촌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가족의 의미를 상실하고 경쟁만 남은 삭막한 세상을 살게 될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기축년 새해를 '다산(多産)의 해'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 임신, 출산, 자녀 양육에 관한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더불어 그에 맞는 의료정책도 함께 시행돼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7년 산부인과 병원의 62%가 분만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산부인과를 전공하고자 하는 새내기 의사들도 감소하고 있어 아이를 낳고자 하는 여성들의 권리조차 박탈될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정부가 단순히 분만에 필요한 의료비를 낮춰주는 것만으로는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아이를 많이 낳게 할 수 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에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가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현재 수가는 턱없이 저평가 돼있다. 분만 및 제왕절개수술 뿐 아니라 산전 진료 수가도 개선해야 하며, 진통-분만 집중 관리료와 같은 수가를 신설해 비용도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의료소송이 많은 산부인과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 과정 중 응급 상황이나 예측할 수 없는 합병증 발생으로 인한 후유증은 산부인과 의사가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 현상으로 산부인과도 국가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질높은 의료가 인정받고, 안전한 진료 서비스로 여성의 인권이 보호되고, 자녀 양육 부담 없는 출산이 이루어질 때만이 풍성한 가족 구성원을 이루며 다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편집국 asiaeconom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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