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구 쟁탈전 '소리 없는 전쟁'
현금 살포 경쟁 아닌 패러다임 전환 시급
AI 등장으로 농어촌 미래 거점 부상
소멸 위기 넘어 최첨단 문명 공간으로

자연과 지능 결합 '창의적 거점' 재탄생
해남 '솔라시도' AI 인프라 허브 주목
농어촌 미래 보여준 문명사적 이정표
농어촌, 문명의 최전선으로 당당 귀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금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름하여 '인구 쟁탈전'. 각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 출산 지원금을 올리고 정착금을 뿌리며 옆 동네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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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이 싸움은 한쪽이 늘면 다른 쪽이 주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나 다름없다. 결국 승자는 없고 상처만 남긴 '영광'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돈이라는 일시적인 미봉책보다는 인류 문명의 흐름을 바꾸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 거대한 전환점이 바로 콘크리트에서 자연으로의 '위대한 귀환(Great Return)'이다.

250년 전 시작된 산업혁명은 세계 인류에 '효율'을 주는 대신 '자연'을 앗아갔다. 공장과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노동력을 가둬 두기 위해 거대 도시가 만들어졌다. 인간은 그 속에서 '도시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수감됐다.


유엔경제사회국(UNDESA)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81%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명 중 4명이 도시라는 숨 막히는 콘크리트 창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90.4%였다. 국가데이터처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우리나라의 도시화율(한 국가 또는 지역의 총인구 중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 92.1%와도 유사한 수치다. 그 대가로 농어촌은 '공동화'라는 쓸쓸한 단어와 함께 지도에서 사라져 갔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며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AI는 이 비극적인 단절을 끝낼 대통합에 유용한 도구다. 과거 농어촌이 단순히 '1차 산업의 공간'이었다면, AI 시대의 농어촌은 지능과 자연이 결합한 '창의적 거점'으로 재탄생해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원격의료, 에듀테크 등 AI가 제공하는 교통·교육·의료·문화 혁명은 인간에게 굳이 도시에 갇혀 있지 않고도 최첨단 문명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다. 이제 '어디에서 사느냐'는 더 이상 삶의 질을 결정짓는 족쇄가 아니게 된 것이다.


솔라시도 기업도시 조감도. 해남군청

솔라시도 기업도시 조감도. 해남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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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미래도시 '솔라시도(산업지도의 재편·지역 균형 발전·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적 미래도시)' 해남군이 우리나라 대표 AI 인프라 허브로 지정된 것은 단순한 지역 개발 소식을 넘어선다. 문명사적 이정표로도 볼 수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대흥사'의 천년 정적(靜寂)과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 '강강수월래' 등 문화적 자산들이 살아 숨 쉬는 가운데서 초거대 AI의 데이터 연산이 공존하는 10년 후의 농어촌을 상상해 보라. 실제 AI 인프라 허브 지정을 기하여, 농어촌 수도를 꿈꾸는 해남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10년 후인 2036년에 언론에서 쓰일 기사들을 미리 작성해보는 자리가 마련된 적이 있다. 여기에서 참가자들은 인구를 돈으로 매수하지 않는 대신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미래'라는 가치를 다양한 모습으로 제안했다. 복잡한 도심의 소음 대신 숲길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몰입하고 AI 기반의 완벽한 인프라를 통해 도시 이상의 삶을 보장받는 모델이다. 소모적인 현금 살포 경쟁을 넘어, '도시보다 더 지적인 농촌' '자연과 하이테크가 공존하는 위대한 삶'이라는 패러다임을 선점하려 한 것이다.


이들이 그려낸 2036년의 모습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농어촌 문제를 언제까지 '도와줘야 할 약자'의 영역에 둘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오히려 농어촌을 도시화의 한계에 부딪힌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AI가 가져올 '위대한 귀환'은 도시라는 창살의 빗장을 풀고 인간을 다시 흙과 나무, 하늘 곁으로 돌려보낼 것이라 믿는다. 지방자치단체들끼리 서로의 인구를 탐내는 치졸한 경쟁은 이제 먼 옛이야기로 치부돼야 한다.


다음 달 3일 전국에서 치러질 동시지방선거를 통해서 새로이 당선될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해남처럼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고, 누가 더 인간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위대한 삶의 터전'을 만들지에 관한, 본질적인 경주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술의 끝에서 만나는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혁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산업의 맥(脈)'이다. 인류의 고향인 농어촌은 이제 소멸의 상징이 아닌, 문명의 최전선으로 당당히 귀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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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맥]회색 도시서 초록 미래로…AI가 여는 '위대한 귀촌' 원본보기 아이콘

윤종록 KAIST 겸임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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