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아픈데 약이 없대요" 진료 대란 오나…비상 걸린 소아병원들
소아청소년병원협회, 35개 병원 실태조사
34%는 이미 재고 소진…전문의 86% "대체약물 위험"
정부가 소아 경련 환자에게 쓰이는 주사제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의 지속적인 공급을 약속했지만 일선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선 이미 재고가 소진돼 진료 차질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전문의들은 당장 오는 7월 이전에 진료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6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전국 소아청소년병원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35개 병원 중 34%(12곳)가 이미 아티반 주사제 재고가 바닥나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가 불가능한 '심각'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응답 병원의 37%(13곳)는 '1~2개월 내 재고 소진 예정'이라고 답해 전체 병원의 71%가 올 여름이 오기 전 아티반 재고 고갈로 인한 진료 마비를 겪을 것이 확실시됐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고충도 이어졌다. 최근 6개월간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약품을 구하지 못해 환자를 타 병원으로 전원시킨 경험'이 있는 병원이 23%에 달했으며, 43%의 의료진은 대체 약물 사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다.
정부는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대체 약제가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전문의들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응답자의 86%(매우 동의 안 함 69%, 동의 안 함 17%)는 "임상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며 환아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티반은 5~10분 이내의 신속한 작용으로 뇌 손상을 막는 골든타임 사수에 유일한 약제이자, 타 약물 대비 호흡기 자극이 적어 소아에게 가장 안전한 1차 선택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전문의의 57%는 "이 모든 이유로 아티반은 소아 경련 치료에서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해 의료 현장은 정부의 관리 소홀과 약가 정책의 실패를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병원의 66%는 '필수의료의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하고 시장 논리에만 방치한 정부의 관리 소홀'을 원인으로 꼽았으며, 29%는 '제약사가 손해를 보며 약을 만들 수는 없으므로 약가 현실화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현재의 공급 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즉각 실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제약사가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실제 생산원가를 반영한 약가 현실화'가 63%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어 '해외 제조 품목의 즉각적인 응급 수입(17%)'과 '필수 응급의약품에 대한 국가 수매제 도입(17%)'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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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아티반은 소아 응급 현장에 없어서는 안 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로 필수의약품 생산이 중단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소아 의료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 즉각적인 약가 현실화와 수급 안정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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