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리포트
김현권 초대 고준위 위원장 인터뷰
"방폐장 부지 공모에 역진성 보장"
"공익펀드 설립해 특별지원금 관리"
"부지내 저장시설 주민협의회 구성"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 석탄회관빌딩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17 김현민 기자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 석탄회관빌딩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17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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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고준위 방폐장)이 들어서는 지역 경제와 주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 석탄회관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김현권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고준위위원회) 위원장은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복안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유치 지역에 주어지는 특별 지원금에 주민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치 지역 공모에 신청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취소할 수 있도록 역진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9차례에 걸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였다. 그 사이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원자력발전소 내 습식 저장시설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 깊숙이 보관하는 영구 처분장 건설은 국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다행히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 부지 선정, 유치지역 지원 등에 대한 규정이 마련됐다.


고준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특별법에 의해 설립됐으며 초대 위원장으로 김현권 전 국회의원이 선임됐다. 고준위위원회는 지난 8일 국회 추천 위원 4명을 위촉하면서 전체 9인 체계가 완성됐다. 김현권 위원장을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국회 추천 위원 4명의 성향이 각기 다른 것 같다.

▲미지의 영역을 갈 때 맨 앞에 있는 초병들은 안전을 위해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전진한다. 거센 강물을 건널 때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손을 교차로 잡고 건너야 한다.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고준위 방폐장 건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 생각과 관심이 다른 분들을 함께 녹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 위원의 활동을 보장하고 도와드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위원회 구성이 완성되면서 앞으로 속도를 낼 것 같다.

▲크게 두 가지를 서둘러야 한다. 하나는 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과 관련한 절차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실적으로 원전 부지 내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에 10~13년을 예상하고 있다. 시기를 앞당길 수는 없나.

▲그동안 우리가 많이 늦어졌기 때문에 급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와 과거 우리의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절차를 잘 지키고 주민들의 의사를 가능한 한 최대한 반영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모 기간, 지방자치단체 의회 동의 등 행정적인 절차에 필요한 시간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단, 먼저 접수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초 조사 등 평가를 우선 시작한다면 전체 기간을 단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 일본을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일본은 그동안 상당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질적 안정성이 부족하다 보니 아직 최종 부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처분장 건설을 위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우리보다 앞서 있다. 일본도 지자체가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 신청하는 절차가 있지만 이와 별개로 중앙정부가 적정 부지를 물색해 지자체에 제안하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는 점에서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사전 준비하는 과정에 국가가 갖고 있는 정보나 전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등 영구 처분장 건립에서 앞서 있는 유럽에서는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나.

▲처분 기술을 확보하는 것과 부지 선정 절차 등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유럽의 경험을 보면 민주적 절차, 주민 수용성 확보에 정말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건너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해당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준위 방폐장, 주민 수용성이 답…"국가가 지역 경제·삶 책임"[디깅에너지] 원본보기 아이콘

-유럽 사례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다면.

▲중저준위 방폐장이 있는 경주에 가면 '3000억원 어디 갔노'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다.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이 들어서면서 3000억원이 지원됐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다. 해외 사례를 보면 특별지원금을 지방자치단체나 의회가 아닌 공익법인이 관리한다. 우리도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고준위 방폐장 유치 지역에는 중저준위 방폐장보다 훨씬 많은 특별 지원금이 배분된다. 주민이 직접 공익법인을 통해 장기 발전 계획 수립에 참여하면 좋을 것이다.(구체적인 유치지역 지원 방안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원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우리는 과거 아홉 번의 부지 선정 실패 사례가 있었다.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나.

▲과거 실패 사례가 헛되지만은 않았다고 본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고준위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 수 있었다. 고준위특별법 자체가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이다. 이제 앞으로 특별법에 명시된 사항을 철저히 지키며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핀란드 올킬리우토 지역에서 건설하고 있는 온칼로(Onkalo)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전경. 포시바(Posiva) 홈페이지

핀란드 올킬리우토 지역에서 건설하고 있는 온칼로(Onkalo)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전경. 포시바(Posiv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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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먼저 부적합 지역을 배제하게 돼 있는데.

▲지질학적 안정성과 관련해 화산 활동이 활성화돼 있거나 지진으로 인한 단층 현상이 발견되는 곳은 배제된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운송 경험을 고준위 방폐장에 적용해보면 해안선을 확보하고 있거나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


-고준위 방폐장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이 있나.

▲지난해 10월 위원장 취임 이후 개별적으로 여러 연락이 오고 있다. 오랫동안 원전 운영 경험,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경험 등이 쌓이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 지역 같은 경우에는 유치위원회가 구성된 지역도 있다.(전남 장흥에서는 지난해 7월 민간 중심으로 '장흥국책사업유치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빌딩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17 김현민 기자

김현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빌딩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17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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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구 처분장 부지 공모에 들어간다.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복안이 있나.

▲부지 선정 공모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역진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부지 공모에 신청하기로 의회에서 의결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이때 신청을 취소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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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 건설도 시급한데.

▲2030년 한빛, 2031년 한울, 2032년 고리 원전 순으로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습식저장시설이 포화된다. 이를 부지 내 저장시설로 적기에 옮겨야 한다. 올해 한빛·한울·고리 원전 지역 주민들과 협의회를 구성하고 부지 내 저장 시설 확보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고준위 방폐장, 주민 수용성이 답…"국가가 지역 경제·삶 책임"[디깅에너지] 원본보기 아이콘

-주민들 사이에서는 부지 내 저장 시설이 영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영구 처분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 고준위위원회가 구성되고 영구 처분장 부지 공모 절차를 진행하면서 그러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법에도 부지 내 저장시설에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는 관리시설이 준공된 후 지체없이 이전하도록 명시돼 있다.(고준위특별법에서는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 2060년까지 처분시설을 운영하게 돼 있다.)


-초대 위원장으로 임기 내 반드시 매듭짓고 싶은 게 있다면.

▲누가 보더라도 전체 사업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 각계 전문가, 해외 선진 사례들을 참고해서 전체적인 밑그림을 완성하고 싶다. 3년의 임기 안에 부지 내 저장 시설 건립을 위한 주민 협의를 마치고 영구 처분 시설 부지 대상지를 중심으로 기본 조사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 해외는 40년 이상 걸려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4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부지 선정과 주민 동의, 지방자치단체 승인 등의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 절차를 충분히 거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핀란드로 올해 처분 시설 운영을 앞두고 있다. 핀란드는 1983년 부지 조사 착수에 들어가 2001년 최종적으로 올킬루오토섬을 선정했다. 원자력발전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포시바는 이곳에서 온칼로라고 불리는 처분 시설을 건설했다. 포시바는 2021년 운영 허가를 신청했는데 수개월 이내에 운영 허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은 2009년 포스마르크 원전 인근에 있는 외스트함마르 지역을 처분 부지로 선정했다. 1992년 선정 절차를 발표한 지 18년 만이었다. 외스트함마르 시의회가 승인한 것은 이로부터 11년이 지난 2020년이었다. 원자력발전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SKB는 2022년 처분장 건설을 최종 승인했다. 외스트함마르 처분시설은 2025년 건설에 들어갔으며 10년 후인 2035년에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프랑스는 1991년 방사성폐기물관리청을 설립해 심층 처분 시설인 시제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시설은 뫼즈와 오트마른 경계 지역인 뷔르 인근에 있다. 프랑스 당국은 2010년 이 지역을 처분 부지로 선정했다. 2023년 건설 허가를 신청했으며 내년 건설 허가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운영은 2040년대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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