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K무역장벽으로 플랫폼법 등 지적…염전노동 사례도 첫 언급
USTR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
위치 데이터 반출 등 빅테크 단골 민원 지적
태평염전 제재 사례도 직접 언급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법안과 위치 기반 데이터 등의 국외 반출 제한, 망 사용료 정책 등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단골 민원들을 '비관세 장벽'으로 재차 지적했다. 한국의 염전노동은 강제노동 사례로 처음으로 언급했다. 최근 USTR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강제노동 상품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나온 지적이다.
USTR은 이날 발표한 '2026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NTE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총 534페이지 분량 보고서에서 한국은 총 10페이지로 중국(52페이지), 일본(12페이지)보다 적었다. 보고서는 농산물, 세금, 기술 무역장벽·위생 및 식물검역 장벽 등 항목별로 무역 규제를 비판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불투명성, 의약품 가격 규제와 투명성 부족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방안 비판
먼저 한국 정부와 국회가 온라인 플랫폼 및 디지털 기업을 기존 전통 산업과 유사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 플랫폼에 추가 의무를 부과하는 등 규제 도입 가능성이 미국 기업에 영향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일부 규제는 형식적으로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경쟁 환경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플랫폼 규제 법안 등을 지적한 대목이다. 지난해 쿠팡 사태 등을 계기로 한미 간 통상 협의 때도 부상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한국 정부의 지도·데이터 해외 반출 요청에도 실제 승인이 난 사례가 0건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구글맵과 애플맵 등 지도 서비스가 한국에서 제한적으로 제공됐는데, 이를 한국 네이버·카카오와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행위로 봤다. 보고서는 "한국은 이러한 위치 데이터 수출 제한을 유지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주요 시장"이라고도 꼬집었다. 한국은 허가 승인 조건으로 데이터센터의 국내 설치와 같은 사실상 외국 기업에 불리한 기준을 요구해 왔다. 다만 한국 정부는 지난달 3일 구글에 최초로 1대 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 바 있다. 이는 구글이 최초로 반출을 요구한 2007년 이후 19년 만이다. 관광산업 살리기라는 명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미 관세 협상 과정의 지렛대로서의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금융·클라우드 기업들이 지적해온 클라우드 보안 인증 문제도 '진입 장벽'으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공공·금융시장 참여를 위해 기업이 데이터 현지화, 인력 위치 요구 등이 포함된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도(CSAP)상 중간 등급 이상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봤다. 서비스 장벽 부분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규제와 관련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넷플릭스 등 OTT 규제 논의와 콘텐츠 의무, 기금 부담 가능성을 언급하며 디지털 서비스와 관련해선 망 사용료 법안이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강제노동 사례도 언급…무역제재 리스크 확장
특히 보고서는 강제노동 실제 사례로 '태평염전' 사례를 짚었다. 이는 단순 노동에서 무역 제재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4월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전남 신안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의 수입을 차단했다. 강제노동 사용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보를 근거로 인도보류명령(WRO)을 발동했고, 이에 따라 해당 염전의 천일염 제품은 전부 압류되고 미국 내 반입이 금지됐다.
USTR이 현재 강제노동 혐의 상품을 조사 중에 있다는 점도 우려를 높이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앞서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린 가운데, USTR은 강제노동 상품 등 혐의점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치다. 실제 보고서는 "강제노동과 관련된 제품에 대해 수입 제한 조치가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해당 산업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소고기 및 소고기 제품과 관련해선 "한국은 다진 쇠고기 패티, 육포, 소시지 등 가공 소고기 제품과 미국산 소고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의 수입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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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대미 투자 내용도 반영
이날 USTR이 공개한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는 한미 무역 협상이 타결된 후 관련 내용을 최초로 반영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내용도 반영됐으며, 디지털 서비스 비차별 보장과 농업 바이오 승인 절차 개선 약속 등이 함께 언급됐다.
USTR은 한국의 평균 최혜국대우(MFN) 실행 관세율이 13.4%(2024년 기준)이며, 농산물 57.0%, 비농산물 6.5%라고 밝혔다. 또 전체 품목의 94.9%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양허됐고 평균 양허 관세율은 17%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이 수치가 미국과 직접 관련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MFN은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대미 수입품 실효 관세율은 2024년 기준 0.79% 수준이며, 환급까지 고려하면 공산품 관세는 사실상 0%에 가깝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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