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사건서 먼저 인정
"매뉴얼 미비, 권리 적극 주장해야"

'변호사 비밀 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 제도 시행을 1년 앞두고 지난 2월 20일 대법원이 ACP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형사절차에서 ACP가 즉시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수사·조사 기관의 구체적인 매뉴얼이 미비해, 변호사와 기업 법무·컴플라이언스 인력이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업무에서도 법률 자문 관련 자료는 외관과 형식만으로도 ACP 적용 대상임을 알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ACP는 2027년 2월 20일 시행된다. ACP 도입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서 이뤄진 '비밀 의사 교환'과 수임 사건과 관련한 '서류·자료' 등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 등을 명문화했다.

ACP 2027년 시행, 효력은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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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최근 형사사건에서 ACP를 인정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월 20일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법률 자문 자료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한 하급심의 판단을 확정했다(2024모730).


법조에서는 이번 판결과 변호사법 개정으로 ACP 적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변호사법 개정안 부칙 제2조는 법 시행 전에 이뤄진 의사교환 내용과 업무 결과물에도 ACP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노민호(사법연수원 41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ACP는 변호사의 권리가 아니라 의뢰인의 비밀 보호를 위한 권리"라며 "최근 대법원 판단으로 최소한 형사절차에서는 즉시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ACP 제도는 대형 기업 사건에서 광범위한 압수수색 관행에 대한 비판 속에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기업 법무나 컴플라이언스 관련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흘러나갈 우려로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내변호사에 대한 ACP 적용 여부는 향후 쟁점으로 남아 있다. 변호사법 개정안이 사내변호사를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사기관이 회사와 사내변호사의 관계를 단순 고용관계로 보고 ACP 적용을 부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사내변호사의 일반 업무가 ACP 보호 대상이 되려면 사내변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법률 자문을 목적으로 한 비밀 의사교환인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내변호사가 소송을 직접 수행하며 정식 선임계를 갖춘 경우에는 수임 사건의 성격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 비교적 명확한 보호가 가능하다.


가장 쟁점이 될 상황은 기업 '내부조사'다. 사내변호사는 회사에 소속된 피고용인이라는 측면에서 외부 변호사와 같은 수준의 독립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사내변호사와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등을 '업존 기준(Upjohn Test)'에 따라 원칙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Upjohn 제약회사의 직원들이 해외 뇌물 사건과 관련해 사내 법률책임자에게 진술한 내용도 ACP에 의해 보호된다고 판결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건들을 제시했다. 커뮤니케이션이 법률 자문 목적이어야 하고, 직원의 업무 범위와 관련된 내용이어야 하며, 이를 비밀로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요건 등이다. 다만 ACP 적용 대상이 자문 목적과 무관한 제3자에게 공유됐을 경우 법원은 비밀성이 훼손됐다고 보고 '웨이버(Waiver)'를 이유로 ACP 보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법률 자문 관련 커뮤니케이션 등의 수신·참조 범위를 필요 인원으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한 아직 국내에서는 사내변호사의 ACP 적용에 대한 명확한 판례가 없어 미국 판례 등을 근거로 보호 대상임을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 폐지와 경찰 수사권 확대 속에서 ACP가 실제 수사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도 주목된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3월 9일 개최한 'ACP 도입 이후 기업 수사대응과 법무·컴플라이언스 전략' 세미나에서 경찰 출신 박성범(변호사시험 4회) 태평양 변호사는 "현장 수사관들은 구체적인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근 수사 과정에서 절차 준수가 강조되고 있지만, ACP 보호 대상임을 강력히 주장하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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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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