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의원 "국가 연구기관 관리 구멍 뚫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에서 최소 259마리의 실험용 영장류가 사실상 불법적으로 안락사 처리된 정황이 드러났다. 허위 서류로 '폐사 신고'를 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국가 연구기관의 실험동물 관리 체계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부평갑·예결특위)은 생명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2020~2021년 영장류 납품 과정에서 1차 202마리, 2차 57마리 등 최소 259마리가 안락사됐다"며 "이들은 '바이러스 모니터링 양성'으로 인한 안락사 처리로 보고됐으나, 실제로는 감염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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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은 전북지방환경청에 '폐사 신고서'를 제출하며 폐사 사유를 '바이러스 양성 반응'으로 기재했지만, 감염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항원 검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체 검사만으로는 감염 사실을 확정할 수 없음에도, 단순 양성 반응만으로 대규모 안락사가 진행된 셈이다.

또한 생명연은 계약상 규격 미달 개체에 대해 당초 '양도 신고'를 시도했으나, 전북지방환경청이 서류 미비를 이유로 세 차례 반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생명연은 내부 지침을 근거로 이들 개체를 자체 안락사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의원은 "바이러스 감염을 사유로 안락사를 결정하려면 항원 검사 등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단순 항체 반응만으로 처분을 결정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연구기관에서 이 같은 불투명한 동물 실험 관리가 이뤄졌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며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영장류는 2021~2022년 캄보디아에서 수입된 개체들로, 상당수가 인체 치사율이 최대 80%에 달하는 B-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연은 규격에 맞지 않는 개체들을 반환하려 했으나, '연구장소 변경' 등 허위 내용을 포함한 신고서를 제출해 세 차례 반려됐다.


이 과정에서 반환 대상 개체의 대금 지급 문제와 함께, 일부 개체가 '택갈이' 된 상태로 다시 생명연에 반입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생명연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관리 부실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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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의원은 "이번 사태는 영장류뿐 아니라 전체 실험동물 관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며 "국가연구기관의 동물 실험 관리 기준과 윤리 점검 절차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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