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개인전 ‘지각의 경계: 검은 구멍 속 사유’

설치미술가 한원석 작가의 개인전 '지각의 경계:검은 구멍 속 사유'가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부산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동일고무벨트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광복 이후 부산 산업의 역사를 예술로 재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전시가 열리는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은 1945년 9월 창립된 동일고무벨트의 역사적 출발지다. 광복 직후부터 6·25 전쟁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 동일고무벨트는 국내 최초로 고무벨트를 국산화하며 산업 기반을 이끌었다.


공장 규모 확장으로 1980년 금사동으로 이전한 뒤 동래공장은 가동을 멈췄지만, 부산 산업화 시대의 산업유산으로서의 흔적과 시간의 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시의 중심 작품은 111개의 폐지관(廢紙管)으로 구성된 대형 설치물이다. 각 지관은 '울림통'이 돼 산업화 시대의 거친 숨결과 소리를 재현한다.


특히 내장된 스피커는 관람객이 일정 거리 안으로 다가설 때만 반응하며, 관람객과의 관계적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또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바닥에 실제 검은 구멍이 존재하는 듯한 몰입형 체험 작품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 속에서 '지각'의 의미를 새롭게 탐색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가 선정한 국내 최대 규모의 다원예술 지원사업으로, 설치미술을 중심으로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종합예술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산업과 예술, 과거와 현재, 침묵과 소리,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부산 출신의 한원석 작가는 한국과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로, 폐기물을 수집해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 '형연(泂然)'(2008)은 폐스피커 3650개로 제작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으로, 현재 경북도청 인근 공원 '원당지'에 상설 전시 중이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 환영만찬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 작가는 또한 2025경주 APEC 기념조형물 '환영(環影)'의 출품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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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작가는 "검은 구멍은 자기 고백이자 제안"이라며 "이 공간의 울림 속에서 당신의 결핍이 나의 결핍과 마주하길 바란다. 그 공명이 우리 모두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울림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


이번 전시는 산업유산이 예술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시도로, 부산의 도시문화 생태계 확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더할 전망이다. 전시는 무료 관람으로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폐공장서 산업·예술, 기억·사유 경계 탐구… 동일고무벨트, 창립 80주년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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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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