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테이블이 불법 파견 증거로
"자율교섭·지휘명령 달라" 반론도
2026년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이 법을 지키려다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급여 등을 직접 결정하면 하청 기업의 경영상 독립성을 침해해, 도급 관계가 파견 관계로 판단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청 노조와 교섭하더라도, 그 범위가 인사·노무 관리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큰 우려는 원청이 하청 노조와 폭넓은 의제로 교섭을 반복하면 추후 파견법 위반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것.
겉으로는 도급 계약이라도 실질은 파견 관계라면 위장 도급이 돼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파견법 제43조). 불법 파견된 노동자는 직고용해야 한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성과급이나 복리·후생을 챙겨 주는 정도를 넘어 아예 급여 인상률과 지급 방식을 결정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2013년 대법원은 파견 관계로 판단할 기준으로 도급의 목적이나 대상물의 성격과 함께 '사업 경영상 독립성'을 제시했다(2011다60247). 하청이 원청의 중간 관리자에 그친다면 기업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데,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이 이런 상황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후 대법원은 기준을 다섯 가지로 다시 세분화해 원청의 지휘·명령을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로 내세웠다(2010다106436).
"불법 파견" 주장은 이미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사흘 만인 8월 27일, 민주노총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하도급 노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세원(51·사법연수원 37기) 법률사무소 서화담 대표변호사는 "교섭을 시작하게 되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한 경영상 독립성을 고민해야 하는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에 보장된 '자율적 교섭'은 원청의 일방적인 '지휘·명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이다. 권두섭(55·29기)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이 보장한 대로 자율적으로 합의했으니 오히려 불법파견 가능성은 줄어든다"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법파견을 주장할 여지가 줄어 협상력을 높일 지렛대 하나를 잃는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유사한 맥락이다. 2019년부터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직접 관여하고 협의할 의무가 생겼지만, 이것이 불법파견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상반된 해석이 가능해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장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으로 임금을 정했다는 사실관계를 놓고도 불법 파견 위험을 키운다거나 낮춘다는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며 "결국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교섭의 '레드라인'은 명확히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4년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성과급 등을 정하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이를 위해 직접 성과를 평가하거나 근태를 관리하고, 징계나 교육을 하는 행위는 하청 기업의 고유 권한인 '인사·노무 관리'를 침해하는 위장 도급의 정황이 될 수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확 늙는 나이 따로 있었다…"어쩐지 체력·근력 쭉...
박성동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