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축구공, 여자 축구부에 희망을 주다
대경대 여자축구, 열악한 환경 딛고 준우승
지역 언론계 후원이 쏘아올린 변화의 신호탄
경북 경산 대경대학교 여자축구부가 뜻깊은 후원을 받았다.
한국기자연합회 대구·경북 지회 심현보 지회장과 권병건 사무총장이 360만원 상당의 축구공을 기부하며, 선수들의 구슬땀에 힘을 보탰다.
단순한 장비 지원을 넘어, 언론계가 직접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응원하는 이례적 행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기부식에는 이민영 감독과 조주빈 코치, 변준석 트레이너가 함께 자리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을 잊지 않겠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 동티모르에서 배운 사명감 …"환경을 탓하지 않는 지도자"
대경대 여자축구부를 이끄는 이민영 감독은 2018년 동티모르 여자대표팀을 맡아 국제대회 첫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다. 그는 "풀을 베어내며 운동장을 만들던 시절, 환경을 탓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며 "그 정신을 제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지도 철학은 대경대 선수들에게 단순한 전술 이상의 가르침이 되고 있다.
◆ 마른 잔디와 낡은 공 …그러나 피어난 준우승의 기적
대경대 여자축구부는 열악한 훈련 여건에도 지난해 제32회 여왕기 전국여자대학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올해 한국여자축구연맹 전에서 대학부 3위를 차지했다.
한 학부모는 "무릎이 까지고 손이 찢겨도 웃으며 훈련했습니다. 그 땀방울이 준우승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기부는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 여성 지도자의 공감 리더십, 한국 여자축구의 새 경쟁력
조주빈 코치는 "여성 지도자의 강점은 선수들과의 공감과 소통"이라며 "그 신뢰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장 밖에서는 언니 같은 존재로, 경기장 안에서는 냉철한 지휘자로 나서는 여성 지도자들은 한국 여자축구에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지방대 스포츠, 제도적 뒷받침 절실
대경대 여자축구부의 이야기는 곧 지방대학 스포츠가 처한 구조적 현실을 보여준다. 전국의 대학팀 상당수가 지원 부족으로 해체되거나 존폐 위기를 겪고 있으며, 여학생 선수들의 진로는 더 협소하다.
전문가들은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대학부 리그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지방대학에 안정적인 지원을 보장하지 않으면 국가대표급 인재 발굴도 한계에 부딪힌다"고 지적한다.
▲향후 과제 훈련장·지자체 협력·국가 제도 개선전용 훈련장 확보 대경대 선수들은 여전히 낡은 운동장에서 훈련한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여성 전용 축구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기업 협력 강화 지자체 차원의 장학금, 기업의 장비 후원, 지역 축구협회의 지속적 지원이 이어져야 '반짝 성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 국가 정책적 지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지방대학 여자축구팀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전국대회 지원금 확대 및 선수 진로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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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늙는 나이 따로 있었다…"어쩐지 체력·근력 쭉...
대경대 여자축구부의 땀방울은 단순한 준우승 트로피를 넘어, 한국 여자축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다. 이번 기자들의 작은 기부는 희망의 불씨지만, 불씨를 불꽃으로 키우는 것은 결국 제도와 사회의 몫이다. 여자축구의 미래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 정신' 위에,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더해질 때 비로소 꽃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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