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귀 의심…헌재 흔들기"
정의당 "헌정 질서 파괴 행위"
항단연 "내란 옹호…사퇴해야"
헌법재판소를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이영림(54·사법연수원 30기) 춘천지검장에 대한 야권의 비판과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나라를 구하려고 몸을 던진 안중근 의사와 나라를 망치려고 계엄을 던진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식민치하 일본 제국주의 법원만도 못하다니, 귀를 의심했다"고 비판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아무리 다급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대한민국의 현직 검사장이 ‘천황 폐하 만세, 윤석열 만세’를 외친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헌재 선고가 다가오니 목이 바짝 타들어가 아예 헌재 흔들기에 나선 것이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 대변인을 맡은 김용만 의원은 "이 검사장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을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윤석열 씨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며 "내란수괴와 독립운동을 동일선상에서 언급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이자,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현직 검사장의 발언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국민 앞에서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헌재의 정당한 절차 진행을 왜곡하고 헌재를 폄훼한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헌정질서 파괴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의 근무 연으로 인한 '충성 경쟁'으로 헌법기관을 깎아내리는 행태는 제2의 윤석열을 보는 듯하다"며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헌법기관 폄훼"라고 지적했다.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안중근 의사는 나라의 독립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한 우리 공동체의 역사"라며 "내란 범죄자, 헌법 파괴자, 국가 공동체의 안녕을 해친 범죄자에 비유해 거론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 지검장은)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내란을 옹호하는 행위를 자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검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이 지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은 지난 6차 변론에서 증인신문 이후 3분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대통령의 요구를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라고 묵살했다"며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검거되어 재판을 받을 당시의 일"이라고 덧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강원 강릉 출신인 이 검사장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3년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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