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이어 22대 국회서도
'합성니코틴 담배 포함' 법안
여야, 앞다퉈 발의…9건 제출
정부, '합성니코틴, 담배보다 해롭다' 결론
소상공인 피해·대기업 독식
궐련형 담배 소비 증가 우려 공청회로 선회
국회는 합성니코틴이 함유된 액상담배를 담배사업법으로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한 끝에 공청회를 열고 정부·학계·업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정부가 최근 합성니코틴 원액에 담뱃잎에서 나온 천연니코틴보다 유해물질(발암성·생식독성 등)이 더 많다는 연구 용역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액상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소상공인의 피해 및 대기업 독점 사례 등 부작용도 제기돼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며 판단을 유예한 것이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현행 담배사업법 2조는 담배를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해 만들어진 천연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에 해당해 법적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합성니코틴은 공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담뱃세와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
◆여야, 21대 국회 이어 담배사업법 개정에 공감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합성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혜영·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각각 2020년 7월 법안을 합성 니코틴을 담배사업법으로 규제해야 해야 한다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당시 최 의원과 정 의원은 당시 잎이 아닌 줄기, 뿌리 등을 이용한 천연니코틴, 합성니코틴 등으로 만든 담배의 판매 및 유통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개별소비세 부과 미대상, 경고 그림·문구 표기 등 관리 대상 제외를 지적하며 담배의 정의를 수정하고, 담배가 아닌 것을 흡연 용도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류성걸 의원이 지난해 3월 '연초의 잎'이 아닌 줄기와 뿌리에서 나오는 천연니코틴이 함유된 신종 담배에 대한 규제를 담은 담배사업법을 내놓은 바 있다.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는 아니지만, 담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데는 같은 뜻을 표한 것이다.
22대 국회에서는 합성니코틴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욱 활발해졌다. 2023년 수입·유통된 액상형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 771t 가운데 216t이 합성 니코틴인데, 2021년 수입·유통분인 121t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피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회에 따르면 현재 합성니코틴 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4년간 3조4000억원에 달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해당 제품 판매 시설이 초·중·고학교 주변에도 들어서고 있다며 담배와 같은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담배사업법을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밖에도 김태년·김선민·남인순·한지아·전진숙·최은석·조은희·송언석 의원 등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여야 구분없이 담배사업법 상 담배의 범위를 넓게 규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의 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액상니코틴, 천연니코틴보다 건강에 나빠" 정부용역 결과도 발표
보건복지부 소속 담당 공무원은 전날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재정소위에 출석해 46종의 액상담배에 포함된 합성니코틴의 경우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 높다는 최종결과를 제출했다.
연구용역 최종결과에 따르면 유해물질 69종의 잔류량을 분석한 결과 천연니코틴 원액에서는 45개 항목에서 1만 2509㎎/ℓ가 검출됐는데 합성니코틴 원액에서는 41개 항목에서 2만 3902㎎/ℓ가 나왔다. 합성니코틴이 천연니코틴보다 검출된 유해물질 총량이 많은 것이다. 알칼로이드는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잔류량이 더 많았고, 전자담배 판매업자의 주장과 달리 담배특이니트로스아민(TSNAs)은 합성니코틴에서도 검출됐다. 이 가운데 특히 발암성 NNN과 NNK 전구체는 높은 농도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보고서는 "(합성니코틴이) 순수 물질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외국처럼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을 구별하지 않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동일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재부도 담배사업법에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제해야 한다고 기재위에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영세업자 죽고 대기업 독실할라'…여야, 공청회로 '의견청취' 선회
여야 의원들이 22대 국회 개원 6개월여간 9개 법안을 발의했지만 바로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못한 것은 소매점주들의 경제적 타격 등 파급효과 때문이다. 합성니코틴의 생산단가가 연초잎 니코틴에 비해 높은 상황에서 합성니코틴으로 제조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 정의에 포함될 경우 각종 과세 때문에 가격이 상승해 영세 판매업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BAT 로스만스 등 거대 담배회사가 국내에서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출시하고 있어 시장을 대기업이 독식할 우려가 있다는 업계의 요구도 검토됐다.
금연보조제로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 궐련형 담배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부작용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실제로 영국의 공중보건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보다 덜 유해하며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이던스를 발표한 바 있다. 뉴질랜드 보건부도 액상형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궐련보다 해로움이 적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들로 이뤄진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합성 니코틴의 약 98%가 가짜"라며 "국회는 합성 니코틴을 담배에 포함하려는 개정안을 폐기하고 세금을 탈루하고 국민 건강을 해롭게 하는 가짜 합성 니코틴 불법업체의 추악한 범죄 실상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기재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공청회,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정부·업계·학계 등 인사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자는 의견을 냈다. 정 의원은 "합성니코틴을 유통·판매업자들은 합성니코틴도 가짜가 있고, 피해가 없는 합성니코틴도 있다고 구분한다"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자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합성니코틴 판매 소상공인 점포가 약 4000개로 추산되는 점을 지적하며 "이들 소상공인이 합법적인 범주에 들어오면 피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보완책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송언석 위원장도 양당 의원들의 우려를 수긍해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선회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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