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저승사자' 겐슬러, SEC 사임 전망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에도 가상화폐 보좌관
미국의 ‘가상화폐 수도화’를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주요 연방 금융기관의 수장 자리를 가상화폐 친화적 인사들로 채우려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연방 금융기관 가운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화폐 규제에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만큼 수장 교체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전직 SEC 위원인 다니엘 갤러거 로빈후드 CLO(최고법률책임자)를 필두로 SEC 내 공화당 위원인 헤스터 피어스와 마크 우예다가 차기 SEC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하마평에 오른 세 사람은 모두 SEC의 가상화폐 규제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 온 인물들이다. 갤러거 CLO는 과거 SEC의 규제를 두고 미국의 가상화폐 업계를 "초토화"하는 접근 방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피어스 위원과 함께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가상화폐 정책들을 비판해온 우예다 위원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SEC의 가상화폐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피어스 위원은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과 함께 임시 SEC 위원장을 꿰찰 인물로 여겨진다"며 "향후 가상화폐 정책에 대한 연방 태스크포스를 이끌게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 밖에 폴 앳킨스 전 SEC 위원과 크리스 잔칼로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도 물망에 올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FTX, 바이낸스 등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공격적으로 단속하며 ‘가상화폐 저승사자’로 불렸던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사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겐슬러 위원장을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가 가상화폐에 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며 "겐슬러의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WP는 "트럼프가 겐슬러를 정말 해고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며 "상원에서 승인한 규제당국 수장을 내쫓으면 대통령의 월권을 두고 복잡한 법적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핵심 정책 부서인 국가경제위원회(NEC)에도 가상화폐 보좌관이 배치될 전망이다. CFTC를 비롯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 가상화폐 관련 업무가 있는 기관들도 친(親)가상화폐론자들이 인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WP는 "일부 가상화폐 업계 임원들이 가상화폐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기 행정 명령이나 대통령 지시에 대해서도 트럼프 보좌진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WP는 "이러한 징후들은 향후 가상화폐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며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돕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았던 가상화폐 업계는 이제 미국 정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 중 하나로 빠르게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친가상화폐 행보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가상화폐 규제 강화를 옹호하는 비영리단체 ‘미국인을 위한 금융개혁’의 패트릭 우달 상무이사는 "가상화폐 산업은 극도로 불안정해서 사람들이 큰 손실을 보고 내부자에 의한 시장 조작이 매우 만연하다"며 "(트럼프의 친가상화폐 인선은) 사람들이 사기, 남용, 시장 조작, 사이버 침해에 더 취약해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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