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딸 두고 숨진 성매매 종사자
불법 대부업체, '미아리서 몸 판다' 문자
피해 근절 위해 나선 서울시
불법 채권추심으로 피해를 겪다 딸을 두고 숨진 성매매 여성의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3일 서울시는 성매매 집결지를 대상으로 불법 채권추심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성매매와 불법 대부업 광고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준 뒤 살인적인 이자를 뜯어내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기 쉬운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 9월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촌 종사자 A씨가 지방의 한 펜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을 계기로 불법 대부업 피해 예방에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다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수십만 원을 빌리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A씨의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 일당은 그의 지인들에게 'A씨가 미아리에서 몸은 판다. 돈을 빌리고 잠수를 탔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심지어 딸이 다니는 유치원의 교사에게도 이러한 메시지가 보내지자, A씨는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시는 피해 여성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을 펼친다. 먼저 성매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대부업 피해 현황 조사에 돌입한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와 영등포동 영등포역전으로 9월 말 기준 두 곳의 종사자는 총 420여명으로 추산됐다. 시는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집결지에 스피커를 설치해 불법 추심 신고 안내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아울러 로고 라이트를 설치해 홍보를 강화하며 익명으로 상담이 가능한 카카오톡 전용 상담창구도 운영한다.
또한 채무 당사자에게만 제공해온 법률 지원을 채무자 가족, 지인 등 관계인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광고 사전 차단을 위해 불법대부업 전화번호를 통화 불능 상태로 만드는 '대포 킬러 시스템'도 이용한다. 불법사업체에 계속 전화를 걸어 영업을 막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업체의 불법 추심 행위 등에 대한 증거 수집 및 수사 의뢰, 과태료 부과와 영업 정지 등의 행정조치도 강화한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불법 대부업 피해를 막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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