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 사상 최대지만 일평균 수출 13개월만에 감소
일부품목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정체 내지 부진
대외환경 불확실성도 커져 경제성장률도 하락 전망
10월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시장에서는 수출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상황(피크아웃)이라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수출이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리 수출 및 경제둔화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수출 역대 최대지만 일평균 수출은 감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575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월별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 중이다.
정부는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서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에 주목한다. 10월 일평균 수출이 26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하면서 13개월 만에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3.5%까지 올랐던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 증가폭도 8월 11%, 9월 7.5%, 10월 4.6%로 3개월 연속 둔화 중이다.
10월 일평균 수출이 예상보다 나빠진 것은 유가 하락으로 석유 수출제품 단가가 떨어지면서 관련 수출액이 34.9% 급감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와 가전 등 일부 품목은 양호했지만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기계 등 나머지 품목도 문제였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수출 모멘텀 둔화 전망은 많았지만 10월부터 일평균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은 적었다"며 "그나마 반도체, 컴퓨터, 화장품 등은 잘 버티고 있는데 그 외의 품목들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전월 대비로 보면 수출 증가세 둔화가 더 명확하다. 대부분의 품목이 부진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5개 주요 수출품목 중에서 가전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품목의 10월 일평균 수출이 전월 대비 감소하는 등 모멘텀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출 증가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둔화로 경제성장률 하락 불가피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24일 3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하면서 수출 증가세 둔화를 우려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0.5%를 크게 밑도는 0.1%에 그쳤는데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수치)이 경제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한은은 이차전지와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에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3% 내지 2.2%까지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우리 경제를 더 걱정하고 있다. 수출이 예상보다 나빠지는 데다 내수는 불안하고, 대외환경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한은 국정감사에서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걱정"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간다고 하면 잠재성장률 이하로 내려가는데 이것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제금융센터는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 부과 시 우리나라의 수출은 저하되고 투자가 위축되며 경제성장률도 1%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한국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작년 기준 GDP의 6.3%, 전체 수출 중에서는 18.3%에 달한다"며 "트럼프 당선 후 공약 이행시 성장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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