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비판 리뷰' 지우려 소송까지 불사하는 업체
"피해 공론화 역할한 내 후기글 삭제 못해"
"다른 소비자들을 위해 선의로 리뷰를 쓴 건데 여러 차례 경찰 출석도 하고, 민사(소송) 걸려 변호사까지 선임했습니다. 2년 넘게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리뷰 지울 생각은 없습니다."
블로그에 후기를 올렸다가 송사에 휘말린 A씨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업체와의 리뷰 분쟁으로 겪고 있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에 대해 토로했다. A씨는 "병원 측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 비용은 330만원, 녹취록 작성 비용은 100만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2022년 6월 서울 한 내과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로 남겼다가 병원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는데, 불친절한 의사의 응대에 검진 도중 자궁경부암 검사 취소를 요구했고 이에 대한 일부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연 병원 측이 경찰을 부르면서 마찰이 빚어졌고, A씨는 이날 일을 바탕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병원 후기 글을 게시했다.
A씨는 "당시 산부인과 진료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사가 한참을 지나도 안오더라. 진료의자에 오래 방치되면서 불편함을 느꼈고 이후에 의사가 와서 왜 늦었냐 물었더니 '바쁘니까' 하며 반말을 했다. 검사를 진행하기엔 기분이 상해서 환불을 요구했더니 바로 경찰을 부르더라"라며 "검사가 끝난 후에도 문제였다. 검사지 역시 내 것이 아닌 타인의 것으로 잘못 들어있었는데, 이 부분도 후기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분쟁은 병원 측이 A씨의 게시글을 플랫폼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후기 글에 병원명을 기재했는데 병원 측은 게시글에 댓글을 달아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경고하더니, 이후에는 리뷰를 지우면 돈을 주겠다고 회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A씨가 후기를 내리지 않자, 플랫폼에 후기를 신고하는 방식으로 차단시키거나 관할 보건소에 요청해 블로그 후기를 아예 삭제시키기도 했다.
A씨는 후기가 차단된 데 대해 부당함을 느끼고 추가 후기를 여러 건 게재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후기 글은 공론화 역할도 하게 됐다. 병원에서 진료 피해를 본 이들이 A씨에 블로그에서 모여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사례와 증언을 모은 A씨의 후기는 이 병원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그는 "검진 결과 내역서를 바꿔치기하고 필요 없는 주사를 강요받았다거나 용종을 뗐다며 추가금을 받았으면서 떼어낸 용종을 보여 달랐더니 병원 측이 경찰을 불렀다는 등 여러 가지 피해가 속출했다. 댓글과 문자 등으로 받은 피해 사례만 100건 정도였다"며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이들의 후기를 모아 블로그에 게시했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이런 A씨의 대응에 대해 지난해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올해는 게시물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A씨는 리뷰를 삭제할 생각은 없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후기)로 도움이 됐다고 느낀 사람도 있는 데다, 병원 측 강압에 의해 리뷰를 삭제하는 건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다. A씨는 "일단 리뷰를 삭제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긴 했지만, 일단 수십명이 넘는 이들의 일을 파악해 서면으로 작성하고, 사실확인서를 취합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 사례 늘어…리뷰 삭제 압박, 협박죄에 해당할 수도
업체와의 리뷰 분쟁으로 관련 전문가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소비자가 부정적인 리뷰를 남겼다는 이유로 업체 측에서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명순일 법무법인(유한) 로하나 변호사는 "수임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리뷰 분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굉장히 늘었다"며 "신고를 해도, 정말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면 경찰이 송치를 시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 리뷰를 두고 소비자와 업체가 악감정이 고조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명 변호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리뷰 삭제를 요구당했을 때 대처방법에 대해서 "플랫폼 리뷰를 고소하고 인정받는 케이스를 보면 보통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썼을 때가 상당수다. 예를 들면 시키지 않은 음식을 맛이 없다고 평한 경우라면 문제가 되는 식"이라며 "단순히, '맛이 없다',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개인의 의견 표현이나 평가이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비자-업체 간 감정싸움이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고, 고소전에 휘말리게 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분쟁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명 변호사는 "예를 들어 '밤길 조심하라' 같이 해악의 고지로 공포감을 들만한 말을 해 리뷰 삭제를 종용했다면,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만약 리뷰 삭제까지 이루어졌다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으니 강요죄 기수가 성립할 수 있고, 삭제를 못 했더라도 강요죄 미수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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