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고유가에…중동 밖 눈 돌리는 석유 업계
유가 급등에 현금 쌓여…아프리카·남미 탐사확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가운데 엑손모빌, 셰브런 등 주요 석유 기업들이 중동 외 지역에서 새로운 석유·가스 매장지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최근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셰브런은 베네수엘라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BP는 나미비아에서 해안 유전 블록 지분을 인수했고, 토탈에너지는 튀르키예와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전쟁과 페르시아만 지역 해상 물류 병목 현상으로 일부 서방 석유 기업들은 수십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WSJ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석유 업계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과거 접근이 어려웠거나 수년 전 투자를 포기했던 지역으로 석유 기업들이 다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연구·컨설팅 업체 우드매켄지는 지난 16일 주요 석유 기업들이 향후 수년간 탐사 사업을 통해 총 1200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 셰브런 임원이었던 에드워드 초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비상주 선임 연구원은 "탐사 업계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기회를 꿈꾼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라"며 "이제는 그것을 실행할 자금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은 주요 석유 기업 경영진에게 유가 억제를 위해 원유 생산을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 서방 석유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예컨대 엑손모빌은 전쟁으로 인해 1분기 글로벌 석유·가스 생산량이 6%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카타르의 천연가스 시설이 전쟁 피해를 입으며 약 50억달러의 연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카타르 에너지 측은 시설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WSJ는 당분간 에너지 업계가 페르시아만 외 다른 지역으로 관심을 돌릴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발발 직전 셰브런은 세계 최대 육상 유전 중 하나인 웨스트쿠르나2 지분 확보를 위해 이라크 바스라 오일과 독점 협상에 들어갔으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란 전쟁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서방 석유 기업들이 중동에서 대형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신 전쟁 여파로 에너지 기업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전 세계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엑손모빌, 셰브런, 셸, BP, 토탈에너지는 향후 10년간 매장량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남미, 지중해 동부의 신규 시추 유망지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세계 산유국들은 2050년까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총 3000억배럴의 신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엑손모빌은 최근 그리스 해상 시추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이라크, 튀르키예, 가봉과 예비 탐사 계약도 체결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는 심해 원유·가스 탐사를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셰브런은 지난해 530억달러 규모의 헤스 인수를 포함해 탐사 팀을 강화했다. 토탈에너지 출신 케빈 맥라클런을 탐사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으며, 올해 전 세계 해상 개발에 7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 베네수엘라에서는 미국 정유 시설들이 선호하는 중질유 확보를 위한 자산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 이집트 지중해 해역에서 탐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최근 멕시코만에서도 유전을 발견했다. 올해 초에는 그리스 인근 해상 광구 4곳과 리비아의 유전 광구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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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컨설팅 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슈라이너 파커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고유가는 석유 탐사의 가장 좋은 친구"라며 "중장기적으로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유에는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며, 이는 기업을 미개척지 탐사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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