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로켓 발사 대가로 주파수 요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시장 내 독보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들이 무선 주파수 대역을 자사와 공유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캐나다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업체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즈'와 영국의 '원웹' 등 경쟁사들에 그들이 보유한 무선 주파수 사용 권한을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업체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우주에 저궤도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무선 주파수 대역은 위성 통신 업체에 있어서 양보할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이지만, 자체 로켓 발사 역량이 없는 업체들은 스페이스X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케플러의 경우 발사한 23개 위성 중 16개가 스페이스X의 로켓을 이용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러시아 로켓 업체를 이용하려던 원웹 또한 전쟁으로 계획이 무산되면서 스페이스X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협상 테이블 우위에 선 스페이스X는 이들 경쟁사가 자사의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띄우는 조건으로 스타링크와 무선 주파수 대역을 공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자사 팰컨 로켓으로 이미 6000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리며 현재 가장 광범위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주파수 대역까지 손에 넣게 되면 시장 내 독보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지난달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는 100개 이상의 국가, 지역, 여러 시장에서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수는 규제당국의 반독점 조사다. WSJ는 "최근 한 로펌이 일부 위성 및 로켓 업체를 대신해 미 법무부 반독점 부서와 접촉, 스페이스X의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역임했던 윌리엄 코바치치 조지워싱턴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위성 통신 시장의 운명은 스페이스X가 어느 정도까지 더 많은 권력을 손에 넣느냐에 달려있다"며 "자칫하면 시장 경쟁 체제가 심각하게 왜곡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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