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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내놓고 다니면 복 들어온다고…상반신 노출증 걸린 中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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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벗고 상반신을 드러내는 '방예'
역사·미신·개인주의 등 복합적 요인
중국 정부도 벌금 물리며 단속 나서

제주도의 야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웃통을 벗고 문신으로 뒤덮인 상반신을 노출한 채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일 제주 맘카페에 올라온 ‘수목원 야시장 방문 충격’이란 제목의 글은 이 남성에 대해 “중국인인 것 같았다“며 “야시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이례적이다”고 전했다.


중국어로 ‘광방즈(光膀子)’란 웃통을 벗고 상반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특히 여름철에 자주 보이며, 밤낮과 장소 구별 없이 더우면 몸을 식히기 위해 벗는다. 광방즈를 하는 남성을 ‘방예’라고 한다. 방예의 뜻은 ‘아버지, 늙은이’다. 방예는 중·장년층 이상의 남성이 대부분이다.

길거리나 공원에 모여 상치(중국식 장기)를 두거나 수다 떠는 모습은 방예의 전형이다. 상의를 다 벗는 대신 옷의 밑 부분을 돌돌 말아 명치까지 올려 배만 드러내기도 한다. 서구 언론은 이 모습을 두고 여성 비키니 수영복에 빗대 ‘베이징 비키니’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베이징이 방예의 발상지는 아니며, 중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풍습이다.

길거리에서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중국 남성들 [사진출처=Baidu]

길거리에서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중국 남성들 [사진출처=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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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등 다원적·복합적인 문화

중국 남성들이 웃통을 벗는 문화의 기원은 다원·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가장 쉽고 원초적인 방법이다. 한자인 ‘배 복(腹)’과 ‘복 복(福)’의 발음이 같아 배를 내놓고 다니면 복이 온다는 미신도 하나의 요인이다. 배꼽을 노출하면 내부 장기 주변의 기(氣)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중국 전통 의학에 기반한 주장도 나온다.


중국 역사에서는 남성의 ‘기개’와 연결 짓기도 한다. 중국 고금의 서예가 왕희지의 일화가 유명하다. 진나라 태부 치감은 재상 왕도(王導)의 아들들 가운데 딸의 사윗감을 물색했다. 위엄을 보이려 애쓰는 형제들과 달리 왕희지는 침상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누가 왔는지 신경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배 위에 글씨 연습을 했다.


치감은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왕희지를 사위로 선택했다. ‘탄복동상(坦腹東床)’은 그에 관한 성어로, ‘동쪽 침상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훌륭한 사위라는 뜻으로 쓰인다. 또 삼국지연의에서는 웃통을 벗고 맞붙은 마초와 허저가 용감한 장수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중국의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은 대만의 초대 부총통 리쭝런(李宗仁)을 맞이할 때, 수영을 멈추고 뭍으로 올라와 웃통을 벗은 채로 만났다고 전해진다.

왕희지가 동쪽 침상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사진출처=Baidu]

왕희지가 동쪽 침상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사진출처=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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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짙은 개인주의 성향도 한몫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중국인의 짙은 개인주의 성향도 한몫한다. 국가별 개인주의를 비교·분석한 ‘중국, 일본, 한국, 네덜란드의 개인주의 감성 비교 연구’ 논문(인제대 연명흠 교수·2010)은 중국인의 개인주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연구에서는 개인주의를 ▲독자 행동 ▲이익과 의사결정 ▲타인 무관심 ▲자신의 의지 등 4가지 요인으로 구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독자 행동’과 ‘자신의 의지’ 항목에 대해 가장 많이 동의했다. ‘독자 행동’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자신의 발전에 방해가 된다면 집단을 떠나거나 홀로 일하는 것이 더 좋다’란 내용의 항목을, ‘자신의 의지’에는 ‘나는 아무리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다’란 내용의 항목을 포함한다. 중국인들은 개인의 기호가 외부의 기준이나 흐름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적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중국에는 '사불관기 고고괘기'란 말이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은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란 뜻이다. 중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웨이칸(圍看) 문화는 이러한 이기주의가 극단적으로 발현된 형태다. ‘웨이칸’은 한마디로 '구경꾼 습성'이다. 누군가 길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해도 말리지 않고 그저 구경만 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국내 언론에서도 몇 차례 보도된 적이 있다.

제주의 한 온라인 카페에 '수목원 야시장 방문 충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중국인 남성이 상반신을 노출한 채 야시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사진출처=제주 맘카페]

제주의 한 온라인 카페에 '수목원 야시장 방문 충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중국인 남성이 상반신을 노출한 채 야시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사진출처=제주 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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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예들은 자신의 노출 상태를 근본적으로 의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최근 불거진 국내 중국인 관광객의 길거리 배변 행위, 실내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 행위 등 무질서한 행동들은 이러한 경향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중국 대도시에서는 방예가 많이 사라졌다.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국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톈진 등 일부 지방정부는 벌금을 물려가며 방예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도시 밖에는 여전히 방예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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