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게 힘 집중되게 신탁 변경 추진하자 반발
폭스 뉴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소유한 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세 자녀와 상속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수적인 편집 성향을 유지하기 위해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려 하자 다른 자녀들이 반발한 것이다.
NYT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머독은 지난해 말 후계자로 점찍은 장남 라클런이 방대한 TV 네트워크와 신문을 계속 이끌 수 있도록 가족 신탁 조건을 변경하는 깜짝 행보를 보였다.
현재 가족 신탁은 머독이 사망하면 머독의 자녀 중 연장자인 네 명에게 넘어가게 돼 있다. 또 회사 경영에 있어서 이들 네 자녀가 모두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다. 그러나 머독은 라클런에게 회사 경영을 집중해야 보수적인 편집 성향을 유지하고, 회사의 상업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NYT는 전했다. 라클런과 달리 다른 세 자녀는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으로 알려졌다.
가족 신탁을 새로 쓰려는 머독에게 대항해 나머지 세 자녀 제임스, 엘리자베스, 프루던스가 뭉쳤다. 라클런은 머독의 편에 섰다.
올해 93세인 머독은 호주 출신으로, 폭스뉴스와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과 영국과 호주의 주요 신문, TV 방송을 거느린 미디어 제국을 건설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달 네바다주 유언공증위원은 머독이 선의로 행동하고, 상속인들만을 위해 행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면 신탁을 수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NYT는 머독의 선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재판이 오는 9월 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 모두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놀랍게도 (가족 간) 다툼이 완전히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진행됐다"며 머독이 보수 세력으로서 자신의 미디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머독이 2018년 장남 라클런을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정하기로 결정하면서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무성한 추측이 종식됐지만, 다시 가족 간 다툼이 벌어지게 됐다. 상속 갈등으로 인해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머독의 다섯번째 결혼식에 세 자녀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머독이 약 25년 전 신탁을 설계한 이후 머독 가족의 정치적 견해는 급격히 갈라졌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가 부상하는 동안 머독과 라클런은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폭스뉴스를 더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등 긴밀하게 뭉쳤고, 다른 세 자녀를 점점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령인 머독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 싸움이 머독의 미디어 제국을 장악하기 위한 마지막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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