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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제 강제동원 '2차 소송' 피해자·유족 일부승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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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손배책임 인정
피해자별 1억~1억5000만원 배상 인정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최종적으로 인정했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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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대법원 2부는 또 다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도 원고들에게 각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재판관할권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이 사건의 당사자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대한민국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한 원심 판단에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으로서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에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 및 효력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된 일본 기업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측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에 대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2012년 5월 24일 선고한 판결에서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관해 여전히 국내외에서 논란이 계속됐고, 청구권협정의 당사자인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과거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 등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소멸됐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했으며, 피고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배상을 거부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남은 사법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의 판결로서 그로써 해당 사건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고, 또한 환송판결의 기속력도 환송 후 재판에서 새로 제출되는 주장과 증거에 따라 미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 등과 같은 피해자들로서는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2012년 판결 중 2009다68620 사건의 재상고심에서 2018년 10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후 같은 취지의 환송 후 원심의 판단을 유지해 상고를 기각했다"라며 "이로써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이어 "결국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인 원고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하고, 이를 기초로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즉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지만, 국내외에서 여전히 논란이 있었고,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지 않았던 만큼 원고들의 권리행사 가능성이 불명확했기 때문에 2013년 3월 및 2014년 2월에 제기된 이번 소송에서도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고 '소멸시효 도과 여부'에 관해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1944∼1945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노역한 강제동원 피해자 3명과 유족 오모 씨가 2014년 2월 제기했다.


1·2심은 이들에게 각각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미쓰비시 측이 상고하면서 5년여간 대법원판결을 기다려왔다.


재판에서 미쓰비시 측은 한일 청구권협정과 그 후속조치에 따라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이 소멸했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확정하고 청구권협정에 관한 해석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그때부터서야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원고 등과 같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청구권협정의 해석 등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었던 장애사유가 해소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일본제철 상대 소송은 곽모씨 등 7명이 2013년 3월 제기했다. 이들은 1942∼1945년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이와테현)와 야하타제철소(후쿠오카현) 등에 강제 동원돼 노역했다.


1·2심은 이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마찬가지로 일본제철이 상고하면서 4년 넘게 대법원판결을 기다렸다. 당사자 7명도 재판 과정에서 모두 고인이 됐다.


대법원은 이번 소송과 법적 쟁점이 유사한 과거 강제동원 소송에서 이미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2018년 10월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 피해 배상과 보상이 일부 이뤄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일본 기업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측은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한 일본 기업 측의 국내 재산을 강제 처분하는 절차를 밟았지만 일본 측이 항고에 재항고로 지연시키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올해 들어 정부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꾀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내놨지만,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들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12년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자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소송이어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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