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호수에서 증발시키는 리튬
물 낭비·토양 오염 등 환경 파괴
美英 '지열 리튬 추출법' 첫 시도

2차 전지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핵심 제품으로 지목되면서 몸값이 치솟은 광물이 있습니다. 오늘날 리튬 이온 전지의 주원료인 리튬입니다. 문제는 리튬의 분포도가 대륙별로 천차만별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기존의 리튬 추출 공법은 대량의 물을 소모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기까지 합니다.


칠레 소금 사막 리튬 추출 현장 모습. 바닷물이 증발해 노란 탄산리튬이 드러났다.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칠레 소금 사막 리튬 추출 현장 모습. 바닷물이 증발해 노란 탄산리튬이 드러났다.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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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리튬 추출법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기술이 테스트 중입니다. 만일 성공한다면 2차 전지 제조업체들은 깨끗한 리튬을 더욱 다양한 나라에서 공급받게 될 겁니다.

리튬, 소금 호수뿐만 아니라 지하수에도 녹아 있다
미국 리튬 매장 지대인 솔턴 호 [이미지출처=데저트USA]

미국 리튬 매장 지대인 솔턴 호 [이미지출처=데저트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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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리튬은 소금 호수, 즉 염호에서 캐내고 있습니다. 소금물에 융해된 리튬을 걸러내 배터리 소재로 만드는 방식이지요. 이 때문에 염전이 풍부한 남미 지역에 리튬 매장 지대가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리튬이 염호에 녹아 있는 건 아닙니다. 지하 수 킬로미터 아래에 있는 지하수 중에도 리튬 농도가 높은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하수 리튬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이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각각 한 곳씩 발견됐습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내륙 호수인 솔턴 호, 그리고 영국 콘월 지방입니다.

두 곳과 기존 염호 리튬 매장지의 차이점은 깊이입니다. 솔턴 호는 호수 아래에 리튬이 묻혀 있고, 콘월 지방에도 지하 3~5㎞ 밑에 흐르는 지하수에 리튬이 녹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기존의 리튬 추출 공법과는 다른 독특한 추출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일명 '지열 리튬 추출법(Geothermal Lithium Extraction)'입니다.


지하서 리튬 퍼 올리고 열로 자가발전
지하 리튬 추출법. [이미지출처=코니시 리튬 홈페이지]

지하 리튬 추출법. [이미지출처=코니시 리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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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깊이 파고 내려갈수록 지구의 핵 때문에 온도가 점점 뜨거워집니다. 이 때문에 깊은 곳에 흐르는 지하수(온천 등)는 보통 매우 뜨겁지요.


지열 리튬 추출법은 리튬이 녹아 있는 지하수 용액(Brine)의 열을 이용합니다. 우선 지하 3~5㎞까지 구멍을 뚫어 관을 삽입한 뒤, 리튬이 함유된 용액을 위로 끌어 올립니다. 이 용액에서 리튬만 추출한 뒤 화학 처리를 하고, 리튬이 빠진 물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뜨거운 지하수의 열을 이용해 지열 발전도 함께합니다. 이미 콘월, 솔턴 호 인근에는 뜨거운 지하수 열을 이용한 지열 발전소가 여러 채 설립된 상태입니다.


지하수의 열을 뽑아 발전한 전기는 리튬 추출용 설비에 공급됩니다. 콘월 지방의 지열 리튬 추출 사업을 맡은 '코니시 리튬'이라는 기업은 5㎞ 밑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의 열로 발전하면 리튬 추출 시설을 가동하고도 남을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 중입니다.


리튬 생산, '환경 오염' 오명 벗을까
칠레 리튬 염전의 모습. 염호 리튬 추출 과정은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하고 화학제로 인한 오염을 야기한다. [이미지출처=AP 연합뉴스]

칠레 리튬 염전의 모습. 염호 리튬 추출 과정은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하고 화학제로 인한 오염을 야기한다. [이미지출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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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의 의의는 상당합니다. 리튬 이온 전지는 대기 오염을 막을 핵심 기술로 여겨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염호 리튬 추출은 막대한 환경 파괴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려면, 우선 리튬이 녹아 있는 소금물을 커다란 구덩이(일명 '증발호'라고 함) 안에 부은 뒤 물만 자연 증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후엔 소금 덩어리에서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여러 화학제를 투입하지요. 염호의 물을 증발호로 퍼 옮기는 작업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증발호에 화학재를 투입하는 단계에서도 토양이 오염됩니다.


게다가 염호 리튬 추출은 엄청난 양의 담수를 낭비합니다. 대략 1톤(t)의 리튬을 만들기 위해 220만리터의 물을 버려야 하지요. 결국 앞으로 증발호를 더 많이 만들수록, 리튬 개발사와 인근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은 불가피해집니다.


리튬 생산의 다양화는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매장량 순위 1~3위는 볼리비아(22.7%), 칠레(18.9%), 아르헨티나(16.4%) 순으로 남미에 집중돼 있습니다. 아시아의 주요 리튬 보유국은 중국(13.6%) 정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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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희소한 자원을 한정된 국가만 생산할 수 있으면 글로벌 공급망은 국제 정치의 알력 다툼에 좌우되고 말 겁니다. 남미나 중국 외에도 '대체 리튬 생산국'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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