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책임’ 놓고 하급심 판결 엇갈려
대법 "명예훼손 평가 신중할 필요 있어"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일본인을 모델로 제작됐다는 주장은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서울 서초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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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는 30일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조각가 부부가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재판부는 김씨 부부가 김소연 변호사(전 대전시의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김씨 부부는 2016년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를 기리는 노동자상을 제작해 일본 교토의 한 갱도 근처에 설치했다. 이후 서울·부산 등 전국에 노동자상이 차례로 설치됐다.

그런데 김 변호사와 이 연구원은 노동자상이 실제로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집회 또는 기자회견 등에서 발언했다. 이에 김씨 부부는 이들의 허위 주장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김 변호사를 상대로 낸 사건에서 1심은 김씨 부부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반면 2심은 "노동자상 제작 과정을 몰랐음에도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로 오인될 수 있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고,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김씨 부부에게 각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연구원 사건에서는 1심이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이 사건 발언들은 노동자상이 일본인 노동자들의 사진과 흡사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며 김씨 부부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조각상을 둘러싼 발언 등은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의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한 의혹의 제기에 불과하다며 김씨 부부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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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서 명예훼손의 성립요건을 충족한다고 평가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 발언들이 설혹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들로서는 위 발언 당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시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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