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美대선 관전 포인트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리턴매치(재대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주요 관전 포인트들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분쟁에 따른 중동 외교 실책이 변수로 떠올랐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는 대선 기간 내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낙태법 등 양당의 입장차가 뚜렷한 법안들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이·하마스 분쟁 ‘블랙홀’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에 따라 내놓은 대(對)이스라엘 정책으로 여론 악화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대이란 유화책과 미 정보기관 실패의 대가라는 비판에 휩싸이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중동에서 아시아로 군사·외교정책을 재편해왔는데 이·팔 사태를 계기로 이 정책의 맹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부마저도 이스라엘 지원군을 자처한 바이든 대통령에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14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40여개 정부 기관에 소속된 500명 이상의 직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 정책에 항의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3일에는 국무부와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직원 100여명도 바이든 대통령이 국민들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스라엘은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5쪽 분량의 의견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집단학살에 공모하고 있다’는 강한 어조의 비판과 함께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분명한 레드라인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실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지원군을 자처한 바이든이 안팎으로 공격을 받는 ‘샌드백 신세’로 전락했다"며 바이든의 실패한 외교정책을 내년 대선을 좌우할 뇌관으로 꼽았다. 이번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 개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중국 군사·외교 대응의 약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은 이·팔 전쟁이 수습된 뒤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의 패권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군사·외교적 전략의) 방향을 선회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상당 부분 약해질 것이고, 대만은 중국 침략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포커스]바이든 '외교 실책'·트럼프 '사법 리스크'...美대선 뇌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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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기간 내내 ‘사법 리스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취약한 포인트는 사법 리스크다. 그는 미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최초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인 상태다. 2020년 대선 결과 번복 시도·성인물 배우 입막음·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등으로 4건의 기소에 총 91건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내년 3월4일 열리는 의회 난입 선동 사건 공판을 시작으로 선거 기간 내내 재판을 받아야 한다. 4건 모두 대선 전까지 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핵심 증거들과 이를 저격하는 경쟁 후보들의 공격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할 경우 대선 판도를 뒤흔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표심 이탈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사법 리스크가 초반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모는 듯했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에머슨대가 최근 전국 1475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양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43%, 트럼프는 47%를 각각 기록해, 트럼프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접전을 보여왔다.


또 미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회 폭동 반란 가담에도 대선 출마는 막을 수 없다’는 판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마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8개주에서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번 콜로라도주 판결은 다른 소송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기조에 따르면 대선 가도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라며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바이든에 앞선다"고 짚었다.


만약 대선 기간 중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감된다. 다만 항소하면 수감이 미뤄진다. 외신들은 수감이 미뤄진 상황에서 그가 당선된다면 자신을 ‘셀프사면’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감옥에서 옥중 출마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920년 유진 뎁스 사회당 후보도 옥중에 대선 출마해 3.4%의 득표율을 얻었다"고 짚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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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둘로 쪼갠 이념 논쟁도 변수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낙태권과 같은 논쟁도 내년 대선 승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6월24일 보수 성향 연방대법원이 임신 6개월까지 낙태 권리를 보장해왔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반세기 만에 전격 폐기하자 낙태 선택권을 둘러싸고 미국은 둘로 쪼개졌다.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큰 승리’라며 공을 과시하면서도 정작 낙태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선명하게 내보이지 않았다. 재선 시 낙태를 금지하는 연방법에 서명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예상했던 공화당이 예상외 부진을 겪었던 것은 낙태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시각도 한몫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낙태권이 쟁점이 된 2개 경합주의 주민투표·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승하면서, 이번 대선을 공화당에 대한 낙태권 폐기 심판론으로 치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지난 7일 대표적 경합주인 버지니아주 주의회 선거 투표에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석권했고, 같은 날 오하이오 유권자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56% 과반이 찬성표로 낙태권 보장을 주헌법에 명문화했다. 대표적 경합주인 버지니아주 선거는 대선과 연방의회 중간선거 사이 징검다리로 치러져 민심 읽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낙태권 지지 여론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가 유권자 1163명(지난달 19일~24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어떤 이유로든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낙태 허용에 대한 지지가 1970년대 이후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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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신은 "낙태권을 지지해온 민주당이 중간선거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낙태권 이슈를 쟁점화해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당초 ‘레드 웨이브’가 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데엔 낙태 이슈를 통한 지지층 결집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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