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병원 안지었으니 시세차익 환수해야”

인제학원 “매각액만 보나, 20여년 든 돈은?”

‘제척기간’ 시점에 관한 해석도 갑론을박

경남 김해시 삼계동 백병원 예정부지 매각을 놓고 학교법인 인제학원과 김해시가 극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땅은 인제학원이 2021년 말 매각했는데 최근 느닷없이 김해시가 초과 이익에 대해 환수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병원을 짓겠다고 산 땅을 용도와 다르게 비싸게 팔았으니 이익을 도로 거둬가겠다”는 김해시의 논리이다.

겉만 보면 김해시의 입장이 마땅해 보인다. 그러나 부지 매입부터 매각까지 20여년이 지난 사이 벌어진 사실들을 들춰보면 인제학원 측의 반박과 호소를 외면하기 어렵다.


김해시는 1992년 9월 삼계동 일대 옛 육군공병학교가 이전하자 비게 된 부지를 ‘북부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1996년 5월 인제학원과 김해시는 종합의료시설 건립을 위한 ‘북부 택지지구’ 3만4193㎡ 부지의 매매와 관한 가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김해시는 급증하는 인구 추세에 대비해 종합의료시설이 필요했고 인제학원은 지역 의료 수요에 대비하고 의료 교육 시설 확충이 필요했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가계약을 체결한 학교법인은 IMF로 인해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종합의료시설의 건립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중도금을 두 번 지불한 인제학원이 자금 조달에 여려움을 겪으며 학교 재정까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학령 인구 감소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시책이 겹치면서 학교법인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인제학원은 해당 부지에 대한 계약 해지 요청을 반복했고 김해시는 불가하다고 통보해 실랑이가 반복됐다. 인제학원은 1998년 3월 병원 건립 포기 의사를 밝히고 계약 해지를 김해시에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1999년 2월에는 중도금 반환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2003년 8월에도 다시 계약 취소를 김해시에 요청했다. 그러나 김해시는 그때마다 불가 방침을 통보했고 결국 2003년 12월 141억6700여만원에 본계약을 맺게 됐다.


본 계약을 체결했지만 학교 법인은 종합의료시설을 건립할 여력이 없다며 용도변경 요청하거나 다른 기관에 양도 의사를 밝혔다. 법인 재정이 정부의 반값 등록금 시책과 학령인구 감소로 급격히 악화한 터였다. 그러던 중 2007년 4월 ‘삼계동 병원 부지를 처분해 교비회계로 세입 조치하라’는 교육부 감사 결과가 나왔다.


부지의 구체적 활용 방안을 찾거나 처분해 교비회계로 세입 조치하라는 교육부 종합감사에 따라 인제학원은 해당 부지의 매각을 추진했다.


인제학원은 2012년 9월 공개 매각 공고 올렸으며 2017년부터는 지속해서 부지 매각을 시도했다. 이후 2021년 10월 28일 김해시에 공문으로 부지 매각을 알렸다.


인제학원은 2021년 11월 15일 “부지 매각 시 지정된 용도인 종합의료시설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제한 사항을 매각 전 매수인에게 반드시 인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같은 해 12월 22일에는 “이 같은 사항을 매매계약서상에 명문화 해달라”는 내용도 회신했다는 것이다.


부지를 매입한 G건설업체는 용도 변경 불가라는 매매조건을 이해한 상태에서 현재 공공주택을 짓기 위해 시에 용도변경을 신청한 상황이다.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 위치한 옛 김해백병원부지.[이미지출처=김해시]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 위치한 옛 김해백병원부지.[이미지출처=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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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해시는 2003년 인제학원과 용지매매 계약 당시 맺은 약정해제권을 행사해 인제대학의 부지매각을 무효로 하고 환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제학원이 의료시설을 세우지 않거나 김해시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땅을 양도하면 시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게 약정해제권의 내용이다.


김해시는 이 계약에 따라 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에는 김해시가 매매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갖고 127억5100만원만 인제대에 반환하면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때에는 반환채권으로 처분 이익과 이자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쟁점은 약정해제권 제척기간(기간이 지나 권리가 소멸되는 기간)의 시점에 대한 해석 문제이다.


해당 부지 매매 계약서에는 약정해제권의 행사 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법 162조 제2항에 따라 제척기간을 10년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해시는 “인제학원이 매각을 추진한 2017년부터 10년 동안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주장이며, 인제학원은 “계약서를 작성한 2003년이 제척기간 10년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2013년까지가 약정해제권을 발동할 수 있는 시기”라는 입장이다.


인제학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나 다수의 법조계 인사들도 제척 기간은 권리의 발생일인 계약서 작성 후로부터 시작한다고 보고 있으며 부동산의 경우 등기 이전이 완료된 시점부터 시작된다는 해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척기간은 계약서가 작성된 2003년부터 10년으로 2013년 후는 특약 등 모든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제대학교.

인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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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각에서는 인제학원의 매각에 따른 금융 차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학교법인은 부지를 매매할 때 142억여원에 계약했으며 매각 시에는 385억1000만원에 계약을 진행했다. 이에 차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제학원 측은 “이런 주장은 매각자금 385억100만원에서 매입자금 141억7000만원을 산술적으로 뺀 단순 논리에 불과하다”며 “20여년 동안 들어간 제반 비용을 빼면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부지매입대금 141억7000만원 외에도 인제학원 측이 부지를 보유하는 기간에 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만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양도소득에 따른 법인세와 법인지소세도 30억원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제학원 측은 매각 비용 또한 사립학교법 28조, 시행령 11조에 따라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설(건축기금)에 대해서만 사용 가능하며 학교 교직원 급여나 수당 등 사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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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관계자는 “시의 큰 중앙병원이 폐업을 했고 의료시설 건립이 제대로 추진되는 곳이 없어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며 “상호 협의로 추진된 의료거점 건립 계획이 일방적인 사정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영남취재본부 황두열 기자 bsb0329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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